"백인 우월주의는 미국에 독"… 160년전 남북전쟁, 대선 흔든다
보수층 의식한 공화 후보들
흑인 노예 역사 부정해 구설
내달 첫 민주 예비선거 앞두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찾은 바이든
흑인 지지율 회복 위해 총력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북전쟁의 원인은 노예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백인 우월주의'라고 비판하며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흑인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과거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뒤 남부연합이 노예제가 전쟁 원인이 아닌 것처럼 역사를 왜곡했듯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선거 패배를 뒤집기 위해 과격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을 방관했다며 그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을 협상으로 피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이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르는 것 같은 사람들을 위해 분명히 말한다. 노예제가 남북전쟁의 원인"이라며 "이것에 대해서는 협상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에서 "남북전쟁 당시 협상이 가능했다"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협상했다면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몰랐겠지만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지난달 27일 뉴햄프셔주 유권자 행사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노골적으로 노예제를 거론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최근 마가(MAGA·극우 공화당)는 선거 유세에서 대선 후보에게 남북전쟁의 원인을 질문해 사상을 검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발언을 백인 우월주의와 연결 지었다. 그는 "백인 우월주의라는 오래된 유령이 새로운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 장소인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 백인 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흑인 9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백인 우월주의는 미국의 역사 내내 나라를 분열시킨 독"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자신의 지지층인 마가의 의회 난입을 방관한 것이 거짓말로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이며, 이를 방관하면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한번 패배를 거짓말로 바꾸려고 하는 이들이 이 나라에 있는데, 만약 이들을 살도록 허락하면 또다시 이 나라에 끔찍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번에 그 거짓말은 2020년 대선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을 '애국자'라고 부르고 반란을 '평화 시위'라고 주장했다면서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가 선거를 훔치려고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선택해 주요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집결을 꾀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1·6 의사당 폭동 3주년 바로 전날인 지난 5일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백인 우월주의가 초래한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교회에서 비판을 이어 가며 올해 11월 대선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흑인 유권자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겪었던 초반 부진을 반전시키는 압승을 거두게 한 곳이다. 그는 이곳의 승리에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됐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별 경선 순서를 바꿔 첫 공식 경선을 다음달 3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으로 진행한다.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는 63%에 그쳤다. 2020년 대선 때 87%가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것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대폭 하락한 셈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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