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장관 회견 중인데... 中, 대만 상공에 위성 발사
대만 타이베이의 한 호텔에서 9일 오후 3시 18분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장관)이 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장내 150여 명의 기자 스마트폰에서 삑삑 ‘경계 경보’가 울렸다. 경보 문자는 “중국이 15시 4분 위성을 발사했고, 이미 (대만) 남부 상공을 비행했으니 국민들은 안전에 주의하라”고 적혀 있었다. 특히 영어 안내 문자에는 ‘위성’이 ‘미사일(missile)’로 표기되어 있어 서방권 기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 부장은 “중국이 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이번 대만 상공 위성 발사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언제든 대만 영공에 관측 위성이 아닌 군용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을 대만인들에게 각인시키며 반중(反中) 민진당이 아닌 친중(親中) 국민당 선택을 종용한 셈이다.
우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의 이러한 전략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은 한 주에 (대만 상공으로) 위성을 2번 쏠 때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발사할 때도 있었다”면서 “민감한 선거 기간에 중국이 여전히 이를 멈추지 않는 것은 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무력시위로 분류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사람들에게 전쟁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고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날 대만의 경보가 올린 지 5분이 지나자 기자의 스마트폰에서는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 앱의 기사 알람이 떴다. ‘축하! 중국이 탐침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베이징 시각 2024년 1월 9일 15시 3분, 중국이 쓰촨성(省)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아이인스탄 탐침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위성은 순조롭게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고 쓰여져 있었다. 대만 상공 진입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이번 발사가 중국 ‘창정’ 계열 운반 로켓의 506회차 비행이란 점만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10·11·12월에 걸쳐 최소 3회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으로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했다. 대만 정치권은 중국이 이번 선거에서 반중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대만을 겨냥한 군사 도발과 경제 보복 조치 등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진당 계열 신문인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파기 위협 등의 경제적 조치로 대만 유권자의 친중(親中) 후보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당 경선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만 국방부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중국 위성의 대만 상공 발사에 과잉 경보를 내려 ‘중국의 대선 개입’ 착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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