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영, 연대보증 채무 4000억에…홀딩스·SBS 지분까지 담보로 걸었다

유희곤·박채영 기자 2024. 1. 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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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300억원 수준에서 최근 4000억원까지 늘어
태영건설뿐 아니라 티와이홀딩스도 채권 유예 요청
워크아웃 일단 시작할 듯···실사·우발채무 “변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오른쪽)이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서 태영건설 정상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문재원 기자

태영그룹이 9일 윤석민 회장(60)이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와 대형방송사 SBS 지분도 내놓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바꾼 것은 자력으로는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뒤늦게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를 당초 2300억원 수준으로 파악했지만 최근 40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태영그룹은 지난 12월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했을 당시 채권단에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가 2300억원 정도라고 통보했다.

이후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가 약 500억원이 더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659억원만 태영건설에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3일 채권자 설명회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이런 사정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그룹이 확인한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는 더 늘어 최근에는 4000억원까지 커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그룹에 약속 이행을 하지 않으면 오는 11일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하지 않으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이렇게 되면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은 기한이익상실(EOD)이 된다. 채권자들이 티와이홀딩스에 채권 청구를 하는 상황이 돼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태영그룹은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필요하면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도 담보로 제공할테니 태영건설뿐 아니라 티와이홀딩스에 대한 채권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티와이홀딩스가 2020년 설립되고 태영건설이 인적분할을 한 후 태영그룹이 연대보증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태영그룹의 뒤늦은 입장 선회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원장이 이날 취재진에게 “회사를 살리려는 채무자의 의지가 확인되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간접 채무와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계열사(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티와이홀딩스)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채권단이)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때문이다.

이와 함께 SBS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태영건설이 살아나지 못하면 윤석민 회장이 남은 계열사인 SBS를 경영하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그룹이 기존 자구안 이행을 확약하고 추가 자구안도 발표한 만큼 워크아웃 개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 측은 이날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이미 실행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외에 2조~3조원으로 추정되는 에코비트 매각대금,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나머지 3가지가 계획대로 된다면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되는) 오는 4월까지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태영건설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금융사 채무가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의 자산·부채를 3개월동안 실사한다.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숨겨져 있던 채무가 추가로 발견될 수 있다. 예측 못 한 시장상황 변동으로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태영 측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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