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지분 다 걸겠다" 태영 백기투항 … SBS미디어넷 등도 활용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4. 1.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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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창업회장 직접 사과
채권단협의회 이틀 앞두고
태영 강력한 자구의지 밝혀
"계열사 매각으로 부족하면
지주사·SBS 지분 담보 제공
4월까진 유동성 해소될 것"
관심 쏠리는 에코비트 매각
3조 이상에 거래 원하지만
인수후보들 1조 내외로 평가
고개숙인 창업회장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태영그룹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태영그룹은 이날 티와이홀딩스, SBS 등 지분까지도 필요하면 모두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자구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뒷줄 오른쪽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김호영 기자

태영그룹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눈높이에 맞춘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태영건설의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가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채권단 협의회에서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의 분위기를 볼 때 조건 충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태영 측이 기존에 제시한 4가지 자구계획으로 부족할 경우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33.7%)과 SBS 지분(36.9%)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안을 내놓자 채권단에서 워크아웃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태영그룹이 제시한 모든 자구안을 빠르고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계속 촉구할 방침이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오너 등 대주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 33.7%는 798억원 규모이고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9%는 2002억원 수준이다.

이날 윤 창업회장과 윤석민 그룹 회장은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 직접 나섰다.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후 금융당국 및 채권단의 강도 높은 자구안 요구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기존 그룹 분위기와 달리 이날 자리에서 두 사람은 대국민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윤 회장은 고개도 숙였다.

두 사람의 메시지에도 '약속' '확약' 처럼 채권단을 상대로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려는 표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또 핵심 쟁점인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의 지분 담보와 관련해 두 사람은 "필요하다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태영은 지난 3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1549억원 투입 △에코비트·평택싸이로 지분 매각 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강력한 추가안을 요구했다. 태영 측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기업회생으로 갈 경우 모든 채권이 조정대상이 돼 협력사·수분양자 등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도덕적 책임과 태영의 SBS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해 태영 측이 백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윤 창업회장은 이날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 자구계획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티와이홀딩스와 대주주인 윤 회장 그리고 창업자인 제가 채권단에 확약했다"고 밝혔다. 윤 창업회장은 또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티와이홀딩스와 SBS의 지분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했다. 윤 회장도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티와이홀딩스와 SBS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최금락 티와이홀딩스 부회장은 "(기존 네 가지 자구안이) 철저하게 이행되면 4월까지는 태영건설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주주 지분을 모두 걸겠다는 각오"라고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가 윤 창업회장 딸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돈을 빌리며 SBS 주식 117만2000주를 담보로 제공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최 부회장은 "윤 대표는 지주회사나 태영건설 주식이 없고, 경영에 참여한 적도 없어 이번 사태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추가 자구안에는 SBS미디어넷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방안도 포함됐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일단 이날 태영그룹이 내놓은 추가 자구안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해 부족자금을 조달하는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하겠다는 확약으로 이해된다"고 긍정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의지대로 이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기업을 살리려는 워크아웃 취지에 맞는 지원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10일 오전 채권단과 태영그룹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기로 했다.

태영이 기존 자구안으로 제시했던 '에코비트 매각 추진'과 관련해 공동 소유자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매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코비트의 지분은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각각 50% 갖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맥쿼리자산운용그룹(맥쿼리)과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 EQT파트너스 등 인프라 분야에 강점을 지닌 초대형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에코비트 밸류에이션(가치)에 대한 시각차는 매각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기업가치를 3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지만, 인수후보들은 1조원 내외로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 김희래 기자 /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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