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칼춤 추자”, “교도소 후기 쓴다”...법정에 선 ‘익명의 협박자들’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언론사인 ‘코트워치’(https://c-watch.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의미 있는 사건의 재판을 빈틈없이 추적해 보도하는 ‘코트워치(CourtWatch)’가 ‘이태원 참사 재판기록’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익명의 협박자들’을 시작합니다. 지난해 여름 신림역과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한 이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받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재판에 넘어간 ‘익명의 협박자들’은 대부분 1심을 마치고 현재 2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코트워치는 이들의 2심 재판을 중계합니다.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실의 법정으로 나온 이들은 어떤 말을 할까요? 법원은 이들을 어떻게 다룰까요? 코트워치는 ‘관심 끌기’와 ‘범죄’를 넘나든 협박 사건들의 전말, 수사가 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들을 기록합니다. <편집자주>
프로젝트 개요: '익명의 협박자들'
2023년 7월 24일, 첫 번째 예고가 올라왔다.
작성자 A는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 “수요일(26일)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칼을 주문한 내역도 넣었다.
같은 달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으로 사상자 4명이 나온 뒤였다.
A의 예고는 순식간에 퍼진다. 원본 글은 삭제됐지만, 캡처 이미지가 남아 계속 퍼진다. 경찰에도 신고가 들어와 경찰청 사이버수사팀이 IP 추적에 나선다.
A는 25일 새벽 경찰에 신고하고 자수했다.
글이 올라오고 12시간 만에 A가 붙잡히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신림역에 칼 들고 서 있다”는 글이 하루 만에 또 올라왔고, 경찰은 또 수사를 시작했다.
8월 4일, 분당에서 차량 돌진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사상자가 14명 나왔다.
더 많은 예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익명의 작성자들은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칼부림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살인이나 테러 예고는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예고가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졌다.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8월 28일 기준, 경찰이 수사한 글만 476건에 달한다.
경찰은 작성자를 체포하거나 수상한 사람을 검문하기 위해 출동했다. 도심 한복판에 장갑차가 등장했다.
프로젝트 개요 계속 읽기(https://c-watch.org/project/%ec%9d%b5%eb%aa%85%ec%9d%98-%ed%98%91%eb%b0%95%ec%9e%90%eb%93%a4)
① “본인이 쓴 ‘교도소 후기’ 소리 내 읽어라”
2023년 12월 12일 춘천지방법원 101호 법정.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재판장은 목소리가 작았다.
20대 피고인 B는 검은색 점퍼를 입고 방청석 앞 열에서 본인 순서를 기다렸다.
이날은 B의 2심 첫 공판일이다. B의 국선변호인은 “B가 올린 게시글은 장난이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 1심에서 일부 법리적인 다툼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게시글은 장난이었습니다. 내용에 회를 뜨는 사진이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피고인은 인터넷 중독 등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4일 오후 6시 56분, B는 디시인사이드 바이크 갤러리에 “춘천 7시 30분 칼부림할 예정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회 떠 먹어야지.” 생선회 뜨는 사진도 첨부했다.
사흘 뒤, 한 이용자가 “게시글은 이미 삭제됐지만, 혹시 몰라 걱정돼 신고한다”며 B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집에 있던 B를 체포했다.
기사 1편 계속 읽기(https://c-watch.org/archives/1679)
② “선고까지 매일 반성문 한 장씩 쓰라”
2023년 12월 22일 대구지방법원 별관 3호 법정.
재판장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썼다.
피고인 C에게도 마찬가지였다. 20대 피고인 C는 카키색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왔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의 복장이었다. 목소리가 크고 분명했다.
2심 첫 공판에서 C는 “피해를 입은 분들, 그리고 공권력을 남용하게 해 죄송하다”며 “결과를 깨닫고 무척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실한 청년으로 살아갈 기회를 달라”는 말로 최종 진술을 마쳤다.
재판장은 바로 재판을 끝내지 않고 물었다.
재판장: 이렇게 한 이유가, 경기 보러 갔다가 화나서 우발적으로 한 거야?
피고인 C: 집에서 TV로 보다가…
재판장: 그런데 왜 칼을 들고?
지난 8월 6일 C는 집에서 OO 구단의 프로배구 경기를 봤다. 1세트에 이어 2세트도 패색이 짙었던 오후 2시 21분, C는 스포츠 중계 앱 ‘라이브스코어’에 실시간 댓글을 남겼다. “묻지마 칼부림, OO 숙소 가서 한번 칼춤 추자”, “OO 숙소에 칼부림 예고한다”, “오늘 20시에 OO 숙소 칼부림합니다”.
기사 2편 계속 읽기(https://c-watch.org/archives/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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