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펀드투자 … 채권·북미에 뭉칫돈
채권형 펀드 5989억 급증
초단기 채권에 71% 쏠려
빅테크 주가 고공행진에
북미 펀드도 1354억 늘어
미국의 금리정책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에 새해를 맞아 재테크에 나선 투자자들 자금이 채권형 펀드에 몰렸다. 지난해 '매그니피센트7'의 질주로 견고한 수익률을 입증했던 북미 기업 투자 펀드에도 뭉칫돈이 유입됐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대비 이달 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5989억원 늘었다.
이는 이 회사가 분류하는 유형별 펀드 중 일반적으로 유동자금 유입이 많은 머니마켓펀드(MMF) 다음으로 큰 규모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86억원 늘어난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금까지의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부터 인하로 바뀔 것이라는 정책 변화 예상에 가격 상승이 점쳐지는 채권투자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향후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내려간다면 채권가격이 오른다. 금리가 높은 수준인 현재 미리 채권을 사 놓으면 나중에 금리가 내려갔을 때 그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역시 미국 금리 흐름을 따라가는 만큼 향후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채권형 펀드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는 현재 5.50%이며 시장은 3월을 시작으로 연내 5~6회 금리 인하(예상)를 반영 중"이라며 "이에 영향을 받은 국내 금융시장 또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5월 이후 분기당 1회, 연내 3회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에 쏠리는 투자심리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발휘됐다. 국내 채권형 ETF 설정액은 올해 들어 5185억원 늘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3219억원), 해외 주식형 ETF(1120억원)의 증가 속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실제 금리 인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은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사 기간 전체 설정액 증가분의 71%(4278억원)가 초단기 채권 펀드에 몰린 것도 주목된다.
전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행 전까지는 초단기물에 투자해 고금리를 향유할 수 있다"며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기간 초단기 상품으로 분류되는 KODEX CD금리액티브 ETF 설정액이 3481억원 늘어 전체 채권형 펀드(ETF 포함) 상품 중 가장 몸집이 커졌다.
CD 91일물의 하루치 금리 수준을 매일 복리로 반영해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파킹형' 종목이다. 국고채, 은행채 등 구성 종목 중 89%를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대표적 채권형 ETF이기도 하다.
일반 공모펀드 중에도 단기채에 투자하는 코레이트초단기금리혼합자산투자신탁과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 설정액이 같은 기간 각각 496억원, 469억원 늘었다.
지역별로는 빅테크에 주로 베팅하는 북미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북미 투자 펀드 설정액은 이 기간 1354억원 늘어 전체 국가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1월 첫 주 뉴욕 증시가 하락하며 부진한 출발을 했지만 지난해 계속됐던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 고공 행진이 올해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주식 시장과 경기를 견인한 매그니피센트7으로 대변되는 기술주의 상승세 역시 펀더멘털상 큰 변화가 없다는 측면에서 연초 조정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북미 투자 펀드 중에서는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가 올해 들어 245억원씩 설정액 규모를 늘렸다. 미국S&P500 ETF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구글(알파벳) 등 미국 기술주를 골고루 담아 인기를 모았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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