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로 업계 보상 과제 다가온다…법안은 ‘지원해야 한다’ 규정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업계 지원 논의…원안의 ‘지원할 수 있다’ 표현 문제 제기도
식용 목적의 개 사육·증식과 도살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개 식용금지법)’ 9일 국회 본회의 의결로 정부는 개 사육 농장과 음식점 등 관련 업계에 새로운 길을 열어줘야 하는 가장 큰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개 식용금지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농장주와 개 식용 도축·유통 상인, 식당 주인 등은 시설과 영업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장에 신고해야 하며, 국가나 지자체의 폐업·전업 지원도 포함했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 금지와 위반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해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앞서 2021년 개 식용 종식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데 이어 여야는 개 식용금지법 처리를 당론으로 정해 추진해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11월 당정 협의를 통해 특별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고,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달 의원총회에서 이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법 제정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회의에서도 여야 의원 간에 공감대가 드러났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양당에서 당론으로 결정된 것으로 이해하고, 대부분 위원님들이 숙지한 상태”라며 말했고,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여야 간, 정부 간에 종식해야 한다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언급했다.
다만, 안 의원은 잇따라 발의된 원안의 ‘예산 범위 내에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취지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할 수 있다’는 강제적인 게 아니어서 ‘하지 않을 수 있다’ 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국가적으로 개 식용 종식이 논의되고도 정작 관련 업계 종사자 상황에는 정부가 소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안 의원은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를 꺼내들고, “공공적 필요에 의해 종식하는 사안이고 개 사육·유통·식용 접객업은 당연히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특별한 희생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헌법 원칙에 맞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실효성 있게 보상이 되려면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게 아닌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니까 ‘해야 한다’로 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안 의원은 내세웠다. 이러한 의견에 같은 당 주철현 의원도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국가가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지원’보다 ‘보상’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힘을 보탰다.
실제로 국회에 발의된 개 식용 금지 관련 여러 법안의 ‘폐업 지원’ 조항은 ‘농장주가 식용 개농장을 폐쇄하고 폐업하는 경우 폐업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등으로 적혔었다.
반면, 9일 국회를 통과한 법안 대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개 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자의 폐업 등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로 밝혀둔다. 전업에 관해서도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이에게는 전업에 필요한 시설과 운영 자금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아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 외에 법안이 개 농장에만 초점을 두고 음식점 등 다른 분야에 대한 보상 근거는 두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춘택 농해수위 전문위원은 지난달 열린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제정안과 개정안은 모두 폐업과 전업 지원 대상을 ‘식용 개농장’으로 한정한다”며 “도축·유통 상인·관련 음식점 등에 대해서도 원활한 개 식용 종식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게 적절한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법안 통과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보상 방안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구체적인 지원 사항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만, 정부와 업계 간 입장차가 커 이를 좁히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육견협회가 개 한 마리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 손실액 2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는 모두 52만마리로 집계됐다. 육견협회 요구를 받아들이면 개 사육 농장 보상액만 5년간 1조원대에 이르게 된다. 이와 함께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 등에 대한 보상까지 추가되면 보상액 규모는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계획 수립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식용 목적으로 사육해 온 개를 앞으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길러야 할지 논의도 시급한 만큼,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의 보호·관리 사항도 관련 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온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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