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개 식용! "동물보호 역사 새로 쓰는 날"
개 식용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
"정부, 남은 개의 희생 최소화할 방안 찾아야"
이제 한국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는 사라지게 됐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수십 년간 이어진 개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동물단체들은 "동물보호 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재석 210명 중 찬성 208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식용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각각 처하도록 했다.
또 개 사육 농장주, 개 식용 도축·유통상인, 식당 주인 등은 시설과 영업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국가나 지자체는 신고한 업자의 폐업·전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날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 유예기간을 뒀다.
개 사육 농가 보상 문제는 과제
'국가나 지자체가 이행계획을 제출한 자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당초 법안 내용에서 '정당한 보상' 문구는 빠졌다. 대신 '전업에 필요한 시설 및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겠다'는 조항을 담았는데, 구체적 지원 방안에 대해 이견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관련 업체를 △개 사육 농가 △도축·유통업체 △식당으로 분류해 보상에 나설 방침이다. 보신탕 판매 식당은 정부가 메뉴 개발 비용을 일부 보조하고, 도축·유통업체는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개 사육 농가 보상이다. 육견협회는 영업손실 보상 명목으로 마리당 2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마리당 보상 선례가 없고 유예기간에 개체 수를 늘리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대한다.
농식품부는 축산 농가 폐업 지원 방안을 개 사육 농가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지만, 개 사육업은 등록·신고 제도가 없어 현황 파악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1,165개 농장에서 개 52만 마리가 식용으로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것이 불법에 가깝기 때문에 음지에 있는 농가가 많았다"며 "법안 공포와 동시에 실태조사한 후, 구체적 보상 방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를 키웠던 농가의 규모와 연수익 등을 고려해 별도의 '폐업 지원금' 산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동물단체 "개들의 희생 최소화할 방법 찾아야"
동물단체로 구성된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통과를 반겼다. 국민행동은 "전통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대한민국 동물 복지 성장을 줄곧 끌어내리던 개 식용의 종식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개라는 동물 한 종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에 희망을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정부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절차 이행에 신속히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특별법 통과가 곧 개 식용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정부는 개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개농장 등 개 식용 시설의 빠른 전∙폐업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동물이 보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너무 감격스럽다"며 "이번 개 식용 금지를 계기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신규 개농장 시설을 원천 차단하고 기존 개농장의 불법 행태와 동물 학대의 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개 식용 종식법의 연착륙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도 "보상 등 중요한 사항들이 하위 법령에 위임된 만큼 신속한 전·폐업을 위한 유인책과 개가 최대한 인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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