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우주 장례식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4. 1.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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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자꾸 우주에 뭔가를 보낸다.

1997년 문을 열었다는 세계 최초 우주장례기업이라는 셀레스티스 이야기다.

업체들은 성층권에도 올리고, 지구궤도에도 안착시키고, 달 표면이나 더 먼 우주까지 보내준다고 광고한다.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도 이미 수백 명이 우주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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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자꾸 우주에 뭔가를 보낸다. 장례 업체인 듯도, 택배 회사인 듯도 하다. 1997년 문을 열었다는 세계 최초 우주장례기업이라는 셀레스티스 이야기다. 이 회사는 8일(현지시간) 미국이 반세기 만에 달로 보낸 첫 민간 무인 탐사선 '페레그린'에도 유명인들의 유해와 DNA를 실어 보냈다.

AP통신에 따르면 다른 '택배'들도 함께 실렸다. 에베레스트산의 바위 조각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머리카락 샘플, '실물 비트코인' 같은 것들이란다. 다만 안타깝게도 발사 몇 시간 만에 기술적 문제가 생겼다 하니, 이번 배송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SF 영화에는 종종 '우주장(宇宙葬)'이 등장한다. 보통 우주선 밖에 관을 내보내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지구에서 우주장을 하려면 훨씬 더 공이 많이 든다. 유해 1~3g을 캡슐에 담아 우주선으로 쏘아올려야 해서다. 업체들은 성층권에도 올리고, 지구궤도에도 안착시키고, 달 표면이나 더 먼 우주까지 보내준다고 광고한다.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도 이미 수백 명이 우주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살아서 못한 우주여행을, 죽어서라도 해보려는 버킷리스트인가 보다 한다.

잘 살다가도 문득, 삶이 부질없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우주의 먼지"라고 읊조려보곤 한다. 그리고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점 하나로 보이는 지구를, 그 속의 한반도를, 가운데쯤 있는 서울을, 더 들어가 중구 사무실 작은 책상에 앉은 한 우주먼지를 본다.

먼지를 우주로 쏘아올린들 뭐가 달라질까. 그나마 사후 우주여행에 가져갈 수 있는 것도 돌조각, 누군가의 머리카락, 형체 없는 노잣돈(비트코인)뿐이라는 의미 같아서 이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너무 허무하고 비관적인가 싶으면 해보는 말도 있다. "모든 눈송이가 제가 있을 곳에 떨어진다."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가 있을 게다. 그러니 어떻게든 힘내서 살아볼 일이다. 바로 곁에 떨어진 먼지들과 함께. 너나 나나 머지않아 진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테니까 말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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