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감찰받는 중인데”···현직 검사, 국민의힘 소속 총선 출마 공식선언
김상민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현 대전고검 검사)이 9일 국민의힘 소속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대검찰청의 강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한 것을 두고 검찰 출신 유력 정치인들을 ‘뒷배’로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뒷말까지 나온다. 김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일 때 특수3부 소속으로 이들의 휘하에 있었다. 윤 대통령이나 한 비대위원장과 같은 검사 출신 공직자들의 ‘정계 직행’이 현직 검사의 ‘총선 직행’을 부추긴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검사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국민의힘 당적으로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그는 이어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을 젊은 도시, 산업도시, 국제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추석 때 자신의 고향인 창원시 주민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 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찰을 받았다. 김 검사는 당시에는 “정치적 목적으로 보낸 문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대검 감찰위원회가 ‘검사장 경고’ 권고를 의결한 지난달 28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역언론을 통해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이튿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검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추가 감찰을 지시하고 대전고검으로 전보 조치했다. 김 검사가 제출한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김 검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현직 검사의 총선 출마 논란에 대해 “출마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12월 이후에 했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현직 검사지만 활동을 전혀 안 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처리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기를) 나눠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김 검사가 오래 전부터 정치권 인사들과 교류하고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등 총선에 대비해왔다는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가 지난 6일 창원시에서 연 출판기념회에는 검찰 출신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안철수·양금희 의원 등 다수의 여당 정치인이 축하 영상을 보냈다.
김 검사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검찰 출신 유력 정치인들과 근무 인연도 있다. 그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소속으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대통령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한 위원장이 지휘하던 ‘사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참여했다. 한 위원장은 오는 10일 김 검사가 출마를 선언한 창원시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 검사는 검사장 출신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고교·대학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사의 총선 직행을 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의무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당 소속 정혜경 국회의원 예비후보(창원 의창)는 이날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힘이 져야 한다”며 “수십년 지역을 떠난 사람을 검사라는 이유로 출마시키는 것은 지역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선 무시”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 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차장검사는 “정치권에 믿는 구석이 있으니 출마를 밀어붙인 것 같다”며 “이렇게 논란이 된 마당에 당이 그를 경선 후보로 받아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부장검사는 “정치를 할 거였으면 지난 인사 때 나갔어야 했다”며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자리를 정치에 활용하려고 뒤늦게 사표를 낸 것 같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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