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IP 무단사용' 삼척시 조형물, 철거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재훈 기자 2024. 1. 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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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사례, 아티스트 퍼블리시티권 침해…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
IP 무단사용에 따른 관리소홀·훼손시 아티스트 가치 훼손 우려도
하이브 "IP 무단사용, 무관용 원칙 적용"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버터' 이미지.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2024.01.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이브(HYBE)가 강원 삼척시에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조형물 철거를 요구한 건 지식재산권(IP)의 무분별한 상업적 활용이 K-팝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 차원에서 조성한 문화콘텐츠 IP 기반 관광 인프라들이 관리소홀로 IP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9일 K팝 업계에 따르면, 삼척시는 관할구역 내 맹방해수욕장에 설치한 방탄소년단 포토존 조형물과 안내 표지판을 이달 중 철거할 예정이다.

맹방해수욕장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등극한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버터' 싱글 표지 촬영지다. 한적한 해변이었던 맹방해수욕장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삼척시는 안내판과 조형물을 대거 설치했다. '버터'를 상징하는 시각 요소인 파라솔과 선베드, 비치 발리볼대 등도 마련됐다.

특히 조형물과 안내 표지판엔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서체와 앨범 이미지를 사용했다. 문제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빅히트 뮤직의 동의나 허락 없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이런 삼척시의 사례는 아티스트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저촉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이나 성명, 목소리 등 개인의 인격적 속성이 갖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킨다.

2021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성명·상호·표장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의 경제적 가치가 반영된 IP를 무단사용한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간주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맹방해수욕장의 조형물과 안내 표지판에 방탄소년단 관련 IP가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 삼척시 측에 이들을 철거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관리소홀로 오히려 IP 가치를 훼손 우려도

이번 하이브의 조치는 지자체 차원에서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제작한 관광 인프라가 중장기적으로는 IP의 가치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했다. 관리소홀로 인해 설치물들이 노후되거나 훼손될 경우 이는 곧 IP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게 돼서다. 이 경우 아티스트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광주 K팝 스타의 거리. (사진 = 광주시 제공) 2024.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콘텐츠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지자체가 문화콘텐츠 IP를 기반으로 조성한 관광 인프라가 흉물로 전락한 사례는 빈번하다.

제주도의 태왕사신기 테마파크나 부산시의 엔터테이너 거리, 새만금의 방탄소년단 포토존 등은 관리 소홀과 노후화등으로 인해 애물단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교적 최근 관광 인프라로 조성된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지 등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거나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가중시켰다.

하이브는 이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염두에 둔 지자체의 아티스트 IP 활용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아티스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활용해 추진하는 거리 조성 사업이나 조형물·벽화 제작을 허락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광주 북구청이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이름을 딴 '제이홉 거리' 조성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소속사 측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얻기도 했다.

지자체들의 아티스트 IP 무단 사용은 지식재산권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만 관심이 쏠려 있을 뿐, IP의 가치에 대한 존중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IP를 무임승차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 대중문화 전문가는 "IP의 가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상업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IP의 가치에 대한 존중은 아티스트나 엔터테인먼트사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출산업으로 거듭난 K팝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이브가 IP 보호와 관련해서 무관용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대규모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오랜 시간에 걸쳐 키워낸 아티스트의 IP를 무단 사용하는 일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하이브는 최근 소속 아티스트의 초상권과 성명권을 무단 사용한 플랫폼 '더캠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발송했다. 노골적으로 '군인돌의 위버스'를 표방한 더캠프는 위버스 상표권 침해는 물론 아티스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K팝 팬들로부터 받아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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