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지진은 업보'라는 대국의 민낯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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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모토 나오유키 씨(52)에겐 천운이 따랐다.

신정 맞이 야간 근무로 하루 늦게 외갓집 귀성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데라모토 씨는 지난 7일에야 온 가족의 사망을 확인하고 생과 사의 경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웃 나라에선 데라모토 씨의 슬픔을 딛고 벼락스타가 된 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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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모토 나오유키 씨(52)에겐 천운이 따랐다. 신정 맞이 야간 근무로 하루 늦게 외갓집 귀성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단 하루의 시차였다. 그사이 강진은 이시카와현 아나미즈 지역을 덮쳤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목숨을 지킨 그는 자신의 생명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내와 세 자녀, 처가댁 일가족 등 총 10명의 식구들은 그와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데라모토 씨는 지난 7일에야 온 가족의 사망을 확인하고 생과 사의 경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웃 나라에선 데라모토 씨의 슬픔을 딛고 벼락스타가 된 이가 있다. "일본 지진은 업보"라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중국 관영 하이난TV 간판 아나운서다.

명문 푸단대 출신인 그는 강진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영상을 올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언급하며 "'바오잉(報應·업보)'이 왔나?"라고 일본 강진 소식을 전했다. 이어 그는 "새해 첫날 이처럼 큰 천재지변이 발생했으니, 올해 내내 일본 전체가 먹구름에 휩싸일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논란이 일자 하이난TV는 그를 해고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틱톡 폴로어 수가 닷새 만에 100만명에서 800만명으로 급증했고, 3억1000만명이 그의 게시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많은 중국 누리꾼은 "그의 발언은 정의로웠다"며 "중국인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공공연한 응원을 보냈다. 혹자는 "TV에서는 볼 수 없지만, 더우인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며 이를 '표현의 자유'와 결부했다. 일부 현지 매체도 누리꾼의 옹호 여론을 그대로 전하며 그의 발언을 은근히 두둔하는 논조를 유지했다.

한·중·일 3개국 역사가 지독하게 얽힌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과거사 문제, 무역 보복, 오염수 방출 등 3국 간 얽히고설킨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국가 간 갈등에도 성역이 있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애국심도 이성적이라야 한다. 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민낯에 한 줌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한재범 글로벌경제부 jbh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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