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퇴거 요구한 업주 살해한 30대, 항소심도 중형

대전 법원. 대전일보DB

모텔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업주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는 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8) 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27일 오후 4시쯤 충남 서천군 소재의 B(69) 씨가 운영하는 모텔에서 B 씨를 폭행, 바닥에 쓰러뜨린 뒤 소화기와 흉기를 200차례 휘둘러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객실을 이용하려다 B 씨가 이를 제지하며 퇴거를 요구하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A 씨는 양극성 정동장애와 조증을 앓고 있었으며, 범행 5일 전부터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손괴하는 등 범행 수단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고 결과가 참혹하지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약을 먹으면 졸리고, 어지러워 복용을 중단했으며, 과거 복용 중단 시 심각한 폭력성을 드러낸 적이 없어 심신미약 상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봤다.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은 "약물 복용을 중단해 자의로 심신미약 상태를 야기했고, 신체 일부분을 절단하는 등을 고려할 때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어 A 씨도 양형 부당으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권고형(징역 15-50년)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으며,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