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목숨 건 '관종', 혹시 병?…연극성 성격장애 자가 진단법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일상에서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관종'(관심종자)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인데, 심한 사람은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찍은 영상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은 '좋아요' 클릭 수에 집착하는데, 실제로 높은 바위 위에서 구명장비 없이 사진을 찍거나, 가슴에 두꺼운 책을 놓고 총 쏘는 실험에서 총알이 관통해 사망한 사례도 있다.
'관종'은 의학 용어도, 진단명도 아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계에선 관종의 행동이 '연극성 성격장애' 증상과 일부 겹친다고 설명한다. 관종과 연극성 성격장애는 어떻게 다르고, 언제 치료받아야 할까.
현대사회에서 10대 청소년 상당수는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모임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최준호 교수는 "그래서 이들은 집단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며 "이른바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가 되기 위해 SNS 등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에 '좋아요' 수를 늘리기 위해 콘텐츠 수위를 조절하기 힘들다면 흔히 말하는 관종에 해당할 수 있다. 관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좋아요'를 많이 얻고 싶어 한다. 이런 관종이 '사회적 병리' 중 하나라면 연극성 성격장애는 우울감·불안장애 등을 동반하는 '개인적 병리'로 봐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애정을 너무 많이 받고 자랐거나, 이와 반대로 애정이 결핍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됐을 때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애정을 받지 못하면 좌절감을 크게 느낀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주변 사람을 '넓고 얕게만' 사귄다. 특정인을 깊이 사귀는 방법을 모르며, 대인관계가 표면적이라는 것.
이들은 누구와 더 친해지려는 데는 관심이 없고, 동화 속 세계 같은 주변 환경(대인관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다. 최 교수는 "연극성 성격장애인 여성이 남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모를 꾸미고 유혹할 수 있지만 막상 남성이 유혹돼도 여성은 '그런 사이까지 원한 건 아니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며 "이에 따라 상대방의 평판에 금이 가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예컨대 연극성 성격장애의 여성은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모를 한껏 꾸미고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데 서슴지 않는다. 성적으로 유혹적인 태도도 보인다. 이에 따라 상대 남성은 '이 여성이 나와 지속적이고 일탈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착각하고 잠자리까지 가지려 하지만, 여성은 '깊은 관계를 원한 게 아인데 왜 이렇게 덤벼들지?'라며 의아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주변인이 볼 때 이 여성이 '마치 연극(연기)을 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자기 행동이 끼칠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과 보편적 통념 간 간극이 크다. 진단명이 '연극성' 성격장애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연극성 성격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여성 환자의 경우,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의 양육이 결핍됐을 때 아버지를 통해 보상받으려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부풀려 표현하는 행동이 자라면서 강해질 것이란 게 의학계의 분석이다. 남성에게 연극성 성격장애가 나타난 경우 이들은 여성을 유혹하려 하거나 과도하게 멋을 부리려 한다.
이런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에겐 좌절감이 남들보다 쉽게 찾아오면서 극심한 우울감·불안감이 뒤따를 수 있다. 최 교수는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는 깊은 인간관계 형성이 어렵고 자기 문제의 핵심을 깨닫지 못하므로 연극성 성격장애가 의심돼 병원을 스스로 찾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도 "이들이 (연극성 성격장애로 인한) 우울감으로 내원했다가 증상 호전·악화를 반복하는 경우 그 뿌리(원인)가 연극성 성격장애임을 알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자가 SNS에 집착하면 어떻게 될까. 최 교수는 "사회적 병리(관종)와 개인적 병리(연극성 성격장애)로 인한 우울감·불안감이 겹친다면 스스로 괴로워하고 좌절감이 커지면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며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구제 불능이라 치부하지 말고 우울·불안 증상부터 치료하도록 권유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에 따라 자신이 연극성 성격장애인지 아닌지를 테스트(Tip 참조)할 수 있다. 총 8가지 항목 가운데 5개 이상에 해당하면 연극성 성격장애로 의심해볼 수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는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기도 한다. 이럴 땐 장기간에 걸친 상담치료가 진행된다. 상담치료 시 환자의 감정을 구체화해, 그 감정을 환자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때 자기 경험을 상세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한다. 환자가 불안을 호소하면 항불안제를, 우울증을 보인다면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다스린다. 최 교수는 "이들은 자기 문제의 핵심을 깨닫기 어려워한다"며 "연극성 성격장애가 무의식적인 애정 결핍·과잉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심층 정신치료'(정신 분석)가 권고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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