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내 그린수소 양산’ 선언 현대차...정의선 “후대 위해 준비하는 기술”[CES2024]
현대자동차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Green) 수소’ 양산 기술을 수년 내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만드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전통의 산업 경계가 흐릿해져가는 시대에 맞춰, 수소차 같은 운송수단을 넘어 미래형 에너지 체계 자체를 같이 고민하고 수립해나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 개막을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다수의 완성차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소프트웨어’를 화두로 들고 나왔지만, ‘수소’를 언급한 업체는 현대차와 보쉬 정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수소는 저희 대(代)가 아니고 저희 후대를 위해서 준비해 놓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인 ‘넥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연료인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수소연료전지를 차량의 동력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화석연료이나 재생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쓰는 일반 전기차(BEV)보다 한 차원 높은 수단이다.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평가받지만, 수소의 생산·운송·저장에 대한 기술적 난도가 높다. 특히 국내에서는 FCEV를 포함한 ‘수소경제’가 전임 정부의 치적으로 여겨지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FCEV 보급이 주춤해지는 등 ‘정치적 해석’까지 얽힌 게 현실이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약 96%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이른바 ‘그레이(Gray) 수소’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를 만들어내는데, 생성된 수소의 1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물에 알칼리 전해액을 넣어 전기분해한 뒤 수소를 포집하는 그린 수소 기술도 존재하지만, 수소의 순도와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이에 현대차가 내놓은 대안은 전해액 같은 화합물 없이 물만 이용해 수소를 제조하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이다. 현대차는 이날 “수소의 순도가 높고 소형화가 가능한 기술”이라며 “수년 내 메가와트(MW)급 PEM 수전해기 양산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음식물 쓰레기·하수 슬러지(침전물)·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을 정제해 수소로 만드는 기술(W2H)과,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기술(P2H) 등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넥쏘 후속모델도 2025년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가 소개한 수소 관련 기술은 현대차가 그룹 내 계열사와 함께 개발하는 기술이다. 사실상 완성차업체가 에너지산업에까지 뛰어드는 모양새여서 국내 산업 구조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테슬라가 왜 솔라(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하고, 슈퍼차저(충전기를) 내놓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에너지를 같이 하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 산업화 범위를 훨씬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사장은 “수소는 우리 현대차그룹이 경쟁력을 갖고 있고, 그런 면에서 주목받아 여러 곳에서 제휴 요청이 오는 상황”이라며 “수소는 남들보다 빨리, 많이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이날 CES에서 목적기반차(PBV)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고객의 사용 목적에 맞게 차량 형태나 구조를 달리 적용하는 차량이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위에 고객 요구에 맞는 모듈(어퍼바디)을 체결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전통적인 볼트 체결 방식 대신 마그네틱 체결과 기계적 체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유닛을 통해 별도의 차량을 신규로 구입하지 않아도 원하는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차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기아는 2025년 중형 PBV 출시를 시작으로 소형과 대형 등으로 확대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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