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흐리고 혼란만 가중" 이재명 습격범 신상·당적 비공개 여진

부산CBS 송호재 기자 2024. 1.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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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급습한 혐의를 받는 김모(66)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4일 오후 부산지검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박진홍 기자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피의자의 정당 가입 여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신상 정보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오히려 의혹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경찰청은 9일 오후 열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살인 미수 피의자 김모(66·남)씨의 사진과 실명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비공개 결정의 이유 역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앞서 관심사로 떠오른 김씨의 당적 여부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요한 수사 내용일 뿐만 아니라 정당법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당적은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이런 태도가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번 사건은 흉기를 휘두른 강력 범죄인 동시에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사건'인 만큼 피의자의 범행 배경이 될 정치 활동은 명백히 밝혀야 할 '본질'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씨는 앞서 수년 동안 보수 진영 정당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민주당에 가입한 지 수개월 만에 지지자 행세를 하며 제1야당 대표에게 접근해 흉기로 급소를 노린 만큼, 김씨가 특정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을 가지고 이번 사건을 계획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혐의를 받는 김모(66)씨가 4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박진홍 기자


경찰 역시 사건 초기부터 이 부분을 확인하려고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 대표 피습 다음 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했다. 이를 통해 김씨의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은 밝히면서도, 동시에 진행한 주요 정당에 대한 영장 집행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특정 정치적 성향을 추정할 수 있는 현수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현수막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경찰이 처음부터 이번 일을 정치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 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몸을 낮췄고, 결국 논란과 의혹,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이번 일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사건이라고 봐야하는 게 맞다. 이 때문에 (피의자가)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해왔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근본적인 의혹 해소가 힘들다고 봐야한다"며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고 경찰 수사가 타당하다고 말하려면 기본적으로 당적 부분은 이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이 언급한) 정당법에 대해서도 어떤 유권 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사건을 입체적으로 이야기해야 설명이 가능한 만큼 정당법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전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행정 전문가 사이에서는 경찰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법에 명시된 사항을 지킬 수밖에 없고, 특히 당적은 기본적인 신상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종오 교수는 "(당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해석은 정치적인 영역일 뿐, 법률에 의해서는 명확하게 범위가 드러나고 규정된 것만 하는 게 맞다"고 지적하며 "신상정보 공개를 통한 재발 방지나 피해 회복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에, 공개 여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비판과 논란에 대해 경찰은 "정당법에 따라 수사 기관에서는 피의자의 당적을 누설할 수 없다. 신상 정보 공개 역시 규정에 따라 위원회를 거쳐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 절차에 따라 내린 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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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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