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13년만에 첫 ETF 순매도··· "초완화 통화정책 종료 신호탄"
경기둔화 우려로 사들인 주식 팔아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 반영 해석
도쿄, 작년 소비자물가 3% 달해
사카키바라 "엔화 강세 돌아설것"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지수)가 3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실적과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일본 기업들이 올해 공격적인 임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도쿄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0%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고를 나타내는 등 물가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했는데 지난해에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종료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BOJ, 13년 만에 ETF 순매도=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TF를 사들여 사실상 일본 증시를 떠받치는 행보를 걸어온 BOJ가 지난해 처음으로 주식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BOJ는 2010년대부터 디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와 주식시장 활력 저하를 우려해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ETF를 꾸준히 매입해왔다. 지난해 BOJ가 매도한 주식은 2002~2004년과 2009~2010년에 사들인 것이다. 주식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금융기관의 경영을 보호하기 위해 매입한 주식으로 알려졌다.
당초 BOJ의 ETF 매입은 자산 가격의 하락 압력을 줄이고 시장심리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됐다.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으로 연간 통화 완화 규모는 2017~2020년 4조 엔(약 36조 4000억 원)에서 7조 엔(약 63조 85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1년 이후 연간 통화 완화 규모는 1조 엔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약 2100억 엔에 그쳤다. BOJ는 매입한 주식을 2016~2025년 10년간 처분할 방침을 세웠다. 계획 발표 당시 3조 엔이었던 보유액을 매년 3000억 엔씩 매각하고 있다.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거품 경기 붕괴 후인 1990년 3월 이후 약 3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 오른 3만3763으로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3만 3990까지 올랐다. 지난해 엔화 가치 하락으로 자동차·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과 실적이 대폭 좋아진 데다 올해에도 성장률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닛케이 평균 주가는 27%나 상승했다.
◇사카키바라 “엔화 강세로 전환”=일본 기업의 실적과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엔화가 장기간 지속된 약세 흐름을 끊고 올해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미스터 엔’으로 알려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현 재무성) 차관은 닛케이에 “최근까지 이어진 엔화 약세 현상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커지면서 확대된 만큼 금리 차 축소 국면에서는 엔고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카키바라 전 차관은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장성 차관을 지내며 일본 외환정책을 총괄한 인물로, 당시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력 덕분에 ‘미스터 엔’으로 불렸다.
그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원인으로 양국의 경제 성장률 격차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 안팎으로 떨어지는 반면 일본은 1%대 후반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일본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도 있어 일본은행(BOJ)은 상반기 이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두 나라 간 금리차가 줄어들면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 1달러 당 130엔 안팎으로 엔화가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2022년 2월부터 상승세를 탄 뒤 지난해 10월 151.96엔까지 치솟으며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43엔대를 나타냈다.
그는 “달러당 80엔 수준의 극단적인 엔고를 제외한다면 엔화 강세는 긍정적”이라며 “일본 기업들의 해외 수출 의존도가 떨어지면서 엔고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이 강한 자국 통화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엔고현상이 긍정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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