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00개 사회단체 “이스라엘 ‘집단학살’ 혐의 ICJ 제소 지지”
전 세계 90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가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각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세계 각지 900개 이상의 대중운동단체, 정당, 노동조합이 9일(현지시간) 공동선언문을 내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ICJ에 제기한 소송에 각국 정부가 지지의사를 밝히고 개입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량학살협약당사국은 대량학살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이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기소하라는 압력 없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모든 이들을 상대로 하는 인종청소를 어떻게 막겠으며 다른 나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공포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벨기에, 스페인, 영국, 호주, 미국, 요르단, 알제리, 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대중운동, 정당, 노동조합이 선언에 동참했다.
남아공은 지난달 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갖고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며 ICJ에 이스라엘을 제소했다. 남아공은 ICJ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라는 임시 명령을 이스라엘에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남아공의 제소를 두고 “비열한 명예 훼손”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남아공이 하마스 공격에 “범죄적으로 연루됐다”고 비난했다.
남아공의 제소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온적인 움직임 속에 이뤄졌다. IC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이 되기 전인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는 ICC는 3개월 넘도록 침묵을 지켰으며 이스라엘의 요청 시에만 현지를 방문해 하마스의 만행만 조사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이번 선언에 앞서 터키, 이슬람협력기구(OIC), 말레이시아, 볼리비아, 카타르 등이 남아공의 ICJ 소송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0년 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요르단은 ICJ에서 필요한 법률문서 준비 등 남아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ICJ는 헤이그 본부에서 오는 11일 이 문제에 대한 첫 공판을 열 예정이다. 남아공 정부 측 변론은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 특별 보고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인권변호사 존 두가드가 이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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