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국민행복 1위 ‘이 나라’…젊은이들이 떠난다 [포토]
인구 80만명 미만의 히말라야 소국 부탄에서 9일(현지시각) 총선이 실시됐다. 총선 투표는 이날 오전 8시에 시작됐으며 오후 5시 종료될 예정이다. 아에프페 통신은 “총선에 참가하는 두 정당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대처할 것을 다짐하면서 성장보다 ‘국민총행복’을 우선시하는 오랜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부탄에서는 총선이 2단계로 실시되는데, 지난해 11월 말 5개 정당이 참가한 예비선거(1차 선거)에서 국민민주당(PDP)과 부탄텐드렐당(BTP)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고 9일 선거를 통해 이 두 당 94명의 후보 중에서 47명의 국회의원을 선택하게 된다. 예비선거에서 여당인 부탄통합당(DNT)이 4위에 그쳐 이번 총선을 통한 정권교체는 확정된 상태다.
이번 총선은 2008년 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뒤 네 번째로 치르는 선거다. 2차 선거에 진출한 PDP와 BTP는 관광과 외부 원조에 주로 의존하는 부탄의 30억 달러(약 3조9천억원) 규모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투자 유치와 청년 일자리 창출, 수력발전량 확대, 농업 발전 등도 약속했다. 부탄은 최근 5년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쳤고 청년실업률은 30%에 육박해 청년들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번 총선 이후 해외에서 경제적, 교육적 기회를 찾기 위해 부탄을 떠난 젊은이들이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2022년부터 1년간 약 1만5천여명의 부탄인이 호주에서 비자를 발급받았다.
국민민주당과 부탄텐드렐당 양당은 투자를 촉진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외환보유고는 4억6466만 달러로 1년 전의 7억5916만 달러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분석가들은 양당의 약속은 아주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당선 이후 양당이 그들의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정치 분석가 소남 셰링은 “사람들은 많은 (과거의) 약속들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제 정당들이 하는 약속들에 대해 회의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치러진 세 번의 선거에서, 어떤 정당도 두 차례 이상 정권을 잡지 못했다.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GNH)로 유명하다. 국내총생산 같은 전통적인 지표에서 무시되어왔던 심리적 행복 등의 요소가 포함된 지표다. 1972년 당시 부탄 국왕 지미 싱게 왕축이 “국민총행복지수가 국내총생산보다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처음이며 이후 2008년 제정된 부탄 헌법에는 국민총행복지수가 부탄 정부의 목표로 명시되었다.
2015년 현재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 측정 항목은 다음의 9가지이며 각각의 항목 아래 세부항목이 있다.
심리적 웰빙, 건강, 교육, 시간 사용, 문화적 다양성 및 회복력, 좋은 통치, 지역사회의 활력, 생태적 다양성 및 회복력, 생활 수준.
이후 부탄의 국민총행복 개념을 유엔이 도입했다. 2011년 7월 유엔 총회는 회원국들이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공공 정책 수립에 활용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012년 4월 2일에는 ‘웰빙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유엔 고위급 회의가 열렸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내총생산 대신 국민총행복을 주요 개발 지표로 채택한 부탄의 지그미 틴리 총리가 의장을 맡았다. .
이후 2012년에 첫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됐고 2016년부터는 매년 3월 20일에 유엔이 정한 세계행복의 날에 맞춰 발표되고 있다. 핀란드가 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유엔행복지수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2023년 발표에서 57위를 차지했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의 영향을 많은 받은 것 같은 유엔행복지수의 질문항목은 다음과 같다.
경제, 시민 참여, 커뮤니케이션 및 기술, 다양성, 교육 및 가족, 정서적 웰빙, 환경과 에너지, 의식주, 정부 및 정치, 법과 질서(안전), 건강, 종교와 윤리, 교통.
유엔행복지수에서 부탄의 위치는 어디쯤 될까? 2016년엔 84위, 2018년엔 97위, 2019년엔 95위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유엔행복지수 명단에 나타나지 않는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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