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는 미착공·비아파트 사업장… 태영건설 워크아웃 직격탄 맞을 수도

심윤지 기자 2024. 1. 9. 16: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착공 못한 사업장은 12곳
분양보증 가입 안돼 ‘불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2만가구에 달하는 수분양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착공을 한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에 가입돼있기 때문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부결되더라도 분양 대금을 떼일 확률은 적다. 문제는 조합이 발주한 미착공 사업장이나 비아파트 사업장이다. 이곳은 보증가입이 불가능하거나 선택사항이어서 보증에 가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곳들은 공사중단이나 장기 지연에 대한 ‘안전장치’가 사실상 없다.

29일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할 계획이었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건설현장의 공사가 멈춰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은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정효진 기자

9일 태영건설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태영건설이 수주한 사업장 중 미착공 상태인 곳은 총 14곳이다. 이중 구미그랑포레데시앙(구미꽃동산공원공동주택신축공사)과 김해드메인데시앙(외동주공아파트재건축)은 이후 인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는 사업장은 12곳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 자산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의 경우 2022년 4월 계약금 2204억원에 태영건설과 도급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1년 9개월이 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미착공 사업의 40%는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발주한 공동주택이었다. 창원 자산구역재개발정비사업(1250가구), 부산 명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232가구), 거제 거제2지역주택조합사업(977가구), 서울 하월곡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230가구), 대전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사업(944가구) 등 총 5곳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분양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을 22곳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 사업장은 아직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산치에서 제외됐다.

착공을 했더라도 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오피스텔과 같은 비아파트 사업장은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클 수 있다. 군포역 복합개발사업 A1-BL(트리아츠 2227실), 강릉시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디오션259 1098실), 남양주 다산 진건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다산역데시앙 531실), 광교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광교플렉스데시앙 318실), 고양 향동 지식산업센터(DMC플렉스데시앙 8933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사업장이 문제인 이유는 HUG 보증과 같은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분양보증은 시공사가 파산하더라도 HUG가 이어서 공사를 마무리 짓거나 계약금과 중도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주택법에 따르면 30가구 이상 주택은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조합 발주 사업은 조합주택시공보증 의무 가입 대상이다. 이러한 보증에 가입되어있다면 공사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중도금 이자 부담은 늘 수 있어도,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 자체는 지킬 수 있다. 수분양자 보호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분양보증은 ‘착공’을 해야 가입이 되기 때문에, 아직 착공하지 않은 주택 사업장은 보증에 가입할 수 없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주택법이 아니라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건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분양보증가입이 선택사항이다. 보증 수수료를 아끼려는 시공사들은 대부분이 가입하지 않는다. 태영건설이 사업장을 매각하거나(시공사 변경) 워크아웃 부결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공사 지연이나 중단에 대한 피해를 조합원들이나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조합은 서둘러 시공 계약 해지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워낙 불황이라 대체 시공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태영이 진정성을 얼마나 보이는지를 보고 2월 중 조합총회를 열어 시공계약을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시공사를 구하더라도 공사비가 증가할 확률이 높아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