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상승 출발 하락 마감’ 코스피 또 뒷심 부족… 닷새째 내림세
美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에
삼성전자 실적 쇼크도 영향
코스닥지수 0.6% 상승 마감
美 12월 CPI 발표 시장 관심
9일 오전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지수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밀려 결국 2560선에서 하락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장 초반 오르다 오후 들어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게 됐다.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업계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며 상승 출발했던 주가가 장중 하락 전환했다.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할 계획인데다 오는 11일에는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까지 예정돼있어,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58포인트(0.26%) 내린 2561.24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30.49포인트(1.19%) 오른 2598.31로 개장, 5거래일 만에 반등하며 장을 마감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상승 폭을 점차 줄이가 오후 들어 결국 하락 전환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0.55% 오르며 2669.81을 기록한 뒤 이날까지 내리 하락했다. 닷새째다. 연준의 피봇(pivot·통화 정책 전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해지며 시장 금리가 상승한 게 부담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13일(현지 시각)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이날 개장 직후 2600선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장중 기관의 순매수세가 축소되며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 예상(3월)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고 있는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비농업 고용은 21만6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7만3000명, 10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실업률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다우존스 전망치(17만명 증가, 실업률 3.8%)보다 훨씬 긍정적인 수치다.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 금리는 급등했다. 같은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최고 4.103%까지 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연일 ‘팔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일 하루에만 1조2225억원을 순매도했고, 이날도 672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의 팔자 행렬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던 개인 역시 이날은 106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만 713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업체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 전환한 것 역시 코스피지수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 감소했다. 최근 3조~4조원대까지 올라갔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장 초반 주가가 올랐던 삼성전자는 결국 전일 대비 1700원(2.2%) 내린 7만48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4분기 실적을 공개할 전망인 만큼 이들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에 얼마나 부합하는 지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외에도 POSCO홀딩스, LG화학 삼성SDI 등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이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했다. 반면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7% 넘게 올랐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올랐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코스피와 달리 소폭 상승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5.3포인트(0.6%) 오른 884.64를 기록했다.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201억원, 1255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194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종목들의 주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엘엔에프, HLB, 알테오젠, HPSP, 리노공업 등의 주가가 전날보다 올랐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셀트리온제약,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은 하락 마감했다.
한편 시장 참여자들의 눈은 11일로 예정된 미국의 12월 CPI 발표에 쏠리고 있다. CPI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 지수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경기 위축 속 물가 둔화가 뚜렷해져야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 헤드라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상승 폭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바뀔 가능성이 높고, 국내 증시 역시 숨고르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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