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폭동’ 1년 브라질, 3년 미국…같은 폭동, 다른 결과

최서은 기자 2024. 1.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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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불복 폭동 1년을 맞아 8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이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브라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을 습격한 폭동이 일어난 지 8일(현지시간)로 1년이 됐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이날 폭동 1년을 기념하며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8 폭동은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에 승리했다”면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자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룰라 대통령을 비롯한 브라질 3부 수장들은 브라질의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를 축하하고, 1년 전 폭동 행위를 거듭 규탄했다. 브라질 시민들 역시 브라질리아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집회’를 열며 이날을 기념했다.

브라질 대선불복 폭동 1년을 맞아 시민사회가 민주주의 수호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도 지난 6일 ‘1.6 의사당 폭동’ 3년을 맞이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해 극우 성향 전직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등에 난입한 미국의 2021년 1.6 폭동과 브라질의 2023년 1.8 폭동은 ‘닮은 꼴’로 꼽힌다. 그러나 비슷한 폭동을 겪은 두 나라의 결과는 거의 정반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폭동을 부추긴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폭동이 아니라 남부 국경을 통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가 미국으로 건너오는 것이야말로 진짜 ‘반란’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폭동이 일어난 1월6일을 ‘아름다운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현재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 중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미국인 22%가 1.6 폭동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폭동을 강하게 반대한다는 답변은 2021년 51%에서 32%로 줄어들었다.

반면 브라질 국민의 대선불복 폭동 지지 비율은 6~11%에 불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30년까지 대선 재출마가 금지돼 사실상 정치적입지가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1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로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생긴 이유에 대해 두 국가의 서로 다른 정치 체제, 미디어 환경, 국가 역사, 사법 대응 등 다양한 이유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양국 보수 정당 정치인들의 태도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브라질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우파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였고 민주주의 정치인으로서 해야할 일을 정확하게 했다”면서 “그러나 미국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은 이와 현저히 달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정치인 일부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폭동을 ‘애국’이라고 표현하거나 좌파의 내부 소행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브라질의 경우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이 대선불복 폭동에 가담한 폭도들에게 내려진 형벌이 과도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긴 했으나 폭동 자체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우파 정당 소속 상원의원인 시로 노게이라는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규탄하는 데 공감대가 있다”며 폭동 이후 미국의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은 과거 군부독재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폭도들을 강력히 질책했지만, 미국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반응과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우리는 그것(독재)이 다시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의회 내 20여개 정당이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을 표방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보수파 정치인들이 대부분 공화당이라는 한 개 정당에 국한돼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외에 브라질 주류 언론이 덜 편향적이고 브라질 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허위 정보를 강하게 규제한 것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 ‘대선불복’ 보우소나루 8년 출마 못하는데…트럼프는 왜?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706162200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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