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에 모인 4000억원대 금융사기 피해자들…“죽고 싶지 않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향 친구 말 믿고 1억원 넘는 돈을 투자했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
시위를 주최한 피해자모임 대표 김주연씨도 아도인터네셔널에 투자한 2000만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삭발식에 참석한 이재영(75)씨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1억3000만원을 투자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아도인터네셔널이 잠적하면서 삶이 무너졌다"며 "국가가 제발 사기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가해자들을 엄벌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기 전담 수사반, 관련 특별법 제정 요구
억단위 규모 피해자들, 관심 호소하며 삭발식
“고향 친구 말 믿고 1억원 넘는 돈을 투자했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
9일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11번 출구 인근. 60대 여성 안모씨가 아도인터네셔널 폰지사기 사건으로 평생 모은 돈을 한순간에 잃은 자신의 사연을 직접 소개하고 있었다.
아도인터네셔널 폰지사기는 유사수신업체인 아도인터네셔널이 자신들 사업에 투자하라며 3만명 이상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를 뜯어낸 사건이다. 유사수신은 법령에 따른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원금 보전을 약속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아도인터네셔널 대표인 이모씨를 비롯한 일당은 지난해 2월부터 인터넷 쇼핑몰의 명품 브랜드 재고를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500만원 이상 투자하면 하루에 2.5%씩 배당금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사내에 1~5단계 직급을 두고 투자자를 많이 데려온 직원에게 높은 직급과 수당을 주는 등 다단계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일부 투자자가 배당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사업 수익이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이다.
지난해 6월 아도인터네셔널 측은 “전산 해킹으로 출금이 금지됐다”는 말을 담긴 채 5개월간 뜯어낸 투자금을 갖고 잠적했다. 이후 이씨는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아도인터네셔널 상위 모집책 함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날 아도인터네셔널을 비롯한 각종 사기 사건 피해자 약 400명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사기죄 전담 특별 수사반,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피해 원금 전액 회수”, “사기는 살인이다!”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가로수 곳곳에 달려 있었다. 이날 상황 통제를 위해 경찰은 2개 기동대(약 100명)를 시위 현장에 배치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잃은 상태였다. 지인 추천으로 4500만원을 투자한 이주연(63)씨는 “할 수 있는 게 이런 곳 나와서 소리치는 것 뿐이라 눈길을 뚫고 강원도에서 내려왔다”며 “가해자들이 감옥에 가긴 하겠지만 투자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듯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시위를 주최한 피해자모임 대표 김주연씨도 아도인터네셔널에 투자한 2000만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완치됐던 암이 재발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삶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피해자가 너무 많다”며 “특히 한 평생 성실히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 선량한 어르신들이 너무도 불쌍한 일을 당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시위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60세 전후 나이대의 노인이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정부가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해달라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삭발을 결정한 피해자 중에는 여성도 있었다.
삭발식에 참석한 이재영(75)씨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1억3000만원을 투자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아도인터네셔널이 잠적하면서 삶이 무너졌다”며 “국가가 제발 사기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가해자들을 엄벌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은데…”까지 말한 뒤 감정이 복받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재 업체 대표인 이씨를 포함해 사기 행위에 가담한 4명이 검찰에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우선 일부 금액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뒤, 전체 유사수신 범행 규모를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유사수신업체로 인한 피해 전반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해 범행 전모를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