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건축 역대 최대 늘었지만…수수료 규정 미비 혼란
대부분 신속기획 속도도 빨라
정부 7년만에 표준계약서 도입
수수료 2~4% 둘러싼 갈등에
조합과 계약체결·해지 잡음 줄까
신탁 정비사업은 재건축 등 주민 조합이 신탁사에 시행사업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신탁 정비사업 수주 건수는 2018년 5건을 기록한 뒤 2019년 단 1건으로 쪼그라들었다가 이후 계속 늘었다. 2020년 9건과 2021년 10건, 2022년 11건에 이어 지난해 22건으로 역대 최고치로 껑충 뛰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서울 도봉구 ‘방학 신동아1단지’의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을 신청했다. 신탁사는 사업속도가 빠른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교보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코람코자산신탁은 준공 38년차인 이 아파트를 최고 49층 규모·24개동·401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충성 코람코자산신탁 신탁부문 대표는 “빠른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 수요에 부응해서 시장 참여자들의 확실한 인식 전환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탁사가 사업 계획서를 잘못 제출해 시정 조치를 받는가 하면 조합과 수수료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현재 신탁사가 정비사업으로 받는 수수료는 분양 수입의 2~4% 정도다. 사업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 단지에선 이 수수료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신탁정비사업 성공 사례도 아직은 많지 않다. 수도권에선 지난 2021년 말 준공한 경기도 안양시 ‘한양 수자인 평촌 리버뷰’ 정도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사업시행자인 신탁사가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대형마트 용지를 입찰공모 지침서 구역계에 포함한 탓에 사업이 삐걱했다. 이후 신탁사가 해당 용지를 매입하기로 하며 지난달 말 서울시가 최고 56층·992가구로 재건축을 신속통합기획으로 승인했다.
지방의 한 정비사업장에선 분양 수입의 3.6%를 수수료로 제시한 신탁사에 조합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신탁사가 소를 제기해 조합이 수억원을 신탁사에 지급해야 했다. 이후 조합은 다른 신탁사와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2%대로 낮췄다.
정부는 지난해 9·26대책때 뒤늦게 신탁 정비사업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제시했다. 기존에는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하고 주민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신탁사와 계약맺거나 해지할 수 있었지만 표준계약서에 따라 주민 동의 4분의 3만 있으면 가능해졌다. 토지면적 규정이 사라진 것.
특히 주민이 신탁한 부동산(신탁재산)은 신탁사 고유재산 등과 구분해 별도로 관리된다. 신탁사가 신탁재산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사업 추진이 확실해지는 착공 이후만 가능하다. 사업완료 기간도 소유권 이전 고시 후 1년 이내로 정해졌다.
하지만 계약 체결·해지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많고 수수료 규정도 아직 확립되지 못한 점은 문제다. 지난해 정비사업을 다수 수주한 한 시공사 관계자는 “계약때 전체 조합원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한 조건은 과하다”며 “재건축 조합의 ‘중대한 사항 변경시’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규정이 있는 만큼 이를 신탁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탁사는 현행 계약 해지 요건이 낮다며 주민 5분의 4 이상 동의로 끌어올려야 사업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신탁사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신탁사는 건설사에서 정비사업 영업과 관리 경험이 있는 자를 전문가로 충원하고 있지만 인력의 숙련도 편차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토부의 표준계약서 방안에는 신탁 수수료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보통은 일반 분양 수입에 신탁 수수료를 책정하지만 일부 단지에선 총분양수입을 수수료 대상으로 삼아 일반 분양뿐 아니라 조합원 분양까지 수수료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조합과 신탁사간 갈등이 심화되는 요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계약의 신탁 수수료를 일원화해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신탁 방식 정비사업장을 자세히 살펴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그 어렵다는 걸 K중기가 해냈다”…일본이 수출막자 국산화 성공 - 매일경제
- “형님 덕에 매출 어마어마하게 늘었다”…경쟁업체 홍보해준 정용진 ‘화제’ - 매일경제
- “또 터졌다, 숨겨진 과거까지 미담”…‘가왕’ 임영웅, 이러니 사랑받지 - 매일경제
- ‘완판’ 아니라 ‘줍줍’ 됐다고?…사람 몰린 인기 아파트에 ‘무슨 일’ - 매일경제
- “장인이 이름 새겨주는 한정판 못참지”…2030 ‘가심비’에 꽂혔다 - 매일경제
- 이러다 일본산 조개 먹으면 어쩌나…中 거부한 日가리비 받아준 이 나라 - 매일경제
- “생수 안심하고 먹겠나”…1리터 생수병서 미세플라스틱 24만개 검출 - 매일경제
- 여성에게 ‘이것’ 먹였더니 성욕 383% 폭증…도대체 뭐길래? - 매일경제
- 처음보는 이 여자, 연봉이 무려 5000억원…“구글 CEO보다 더 받아” - 매일경제
- 프랑스 대통령 “내가 음바페 매니저는 아니지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