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때이른 정치인 '신변보호팀'…"수사는 누가하나" 볼멘소리

이지현 기자, 김지성 기자 2024. 1. 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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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피습·한동훈 비대위원장 살인 예고에 경호 동원…"교육도 없이?" 불만도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 송정역에 도착해 경찰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202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치인 습격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경찰력이 경호경비로 빠져나간다는 뉴스가 바로 나오네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 뒤인 지난 4일 경찰 내부망에는 '수익자 부담 원칙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이 대표 사건을 계기로 다수의 정치인 경호에 경찰력이 과도하게 동원되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경찰관 A씨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전국 각지에서 정치인 활동에 따라 갑작스레 경호경비 계획을 수집하고 인원을 모집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할 직원들의 고통이 벌써 느껴진다"며 "경찰청에서 최소로 경호 인력을 배치하되 근접 경호는 각 당의 경호 업체를 고용해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썼다.

이어 "경호 대상자인 정치인도 유권자와의 사이에 많은 경찰이 끼어 있으면 유세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라며 "또 '누구는 200명이 경호했는데 누구는 150명이 경호하더라' 등 경찰이 왜 차별 경호하냐는 의견이 나올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 이 대표가 신공항 예정지 시찰을 위해 부산 가덕도를 찾았을 때 이 대표 경호에 경찰 50명이 투입됐다. 이날 피습 사건이 발생했고 이틀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은 날 경호에 투입된 경찰 인력은 4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당시 한 비대위원장을 경찰 수십 명이 둘러싸고 경호하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청 훈령인 요인보호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전·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소수 인원만 보호할 수 있다. 정당 대표 등 정치인은 경찰의 경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이나 정당에서 신변 보호를 요청하면 필요에 따라 경찰이 경호할 수 있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비대위원장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는 등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찰청은 지난 8일부터 정치인 신변보호팀을 편성하기 위한 인력 선발에 나섰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자체적으로 신변보호팀을 꾸려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경찰기동대 14개 중 2개대 160여명을 지정해 경호 특화 부대를 만들기로 했다. 관할 경찰서 31곳에는 경찰관 30명으로 구성된 신변보호팀을 만들어 기동대 전담팀과 합동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무도나 경호 특화자는 10명을 별도로 선발해 교육한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3일 오전 괴한의 흉기에 찔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격 당했으며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2024.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같은 조치에 일선 경찰들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3개월여를 앞둔 데다 이번처럼 대규모 인원을 차출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통상 정당 대표 등 정치인을 밀착 경호하는 신변보호팀은 공식 선거기간인 선거일 전 14일 동안만 운영된다.

경기도 한 경찰서의 B경감은 "선거철이 아닌데도 이렇게 이른 시점에 신변보호팀을 꾸리라는 것은 처음 본다. 규모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선거철이 다가오면 경호경비 요청이 더 많아지고 보호할 대상의 범위도 넓어질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3개월여간 형사과, 수사과, 여성청소년과 등 부서를 불문하고 인원을 차출하다 보니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C경감은 "각 부서의 고유 업무가 있는데 짜깁기식으로 팀을 조직해 경호 업무를 하라고 하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가령 사건이 많은 경제팀의 경우 동원 일정이 잡히면 조사가 다음으로 미뤄지고 수사 지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경호경비 교육 없이 인원을 차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경찰서에 따라 1~2시간 이론·실습 교육을 계획한 곳도 있지만 현장에서 활용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이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총선을 앞두고 기존보다 일찍 신변보호팀을 구성하려고 한다"며 "지역 상관없이 전국 어디든 정당 대표와 동행하면서 신변을 보호할 경찰력 풀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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