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울림 … 고려 동종 60년만에 국보로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1. 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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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동종(銅鍾)은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어디 하나 부러진 곳 없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습니다. 국보가 되기에 손색이 없지요. 저는 고려 종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동종 전문가로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었지요."

전북 부안 내소사 동종이 지난해 12월 26일 국보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기념 행사가 9일 내소사 대웅보전과 수장고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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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동종 국보 전달식
1963년 보물 지정후 승격
최응천 문화재청장 참석
"역동적이고 섬세한 조각"
9일 전북 부안 내소사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고려 동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내소사 동종(銅鍾)은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어디 하나 부러진 곳 없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습니다. 국보가 되기에 손색이 없지요. 저는 고려 종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동종 전문가로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었지요."

최응천 문화재청장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전북 부안 내소사 동종이 지난해 12월 26일 국보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기념 행사가 9일 내소사 대웅보전과 수장고에서 열렸다. 신도와 지역 주민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 청장은 이날 국보 지정서를 진성 내소사 주지 스님에게 전달하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금속공예 전문가인 그는 2009~2017년 8년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며 내소사 동종 국보 승격에 힘써왔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됐으니 60년 만에 국보 반열에 오른 것이다.

국보로 승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중서라는 고려 최고 장인이 있다. 그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내소사 동종뿐 아니라 보물로 지정된 고성 옥천사 청동북, 고령사명 청동북, 신룡사명 소종 등을 제작했다.

종을 만든 내력이 적힌 주종기를 통해 도인 허백과 종익의 주관 아래 장인 한중서가 700근(420㎏) 무게로 1222년 제작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본래 청림사에 봉안되었다가 청림사 폐사 후 땅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농부가 발견해 철종 때인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다. 이 내용을 적은 이안기도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종 크기는 높이 103㎝, 입지름 67㎝다.

종의 예술적 가치를 열정적으로 설명한 최 청장은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내력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고 아름다운 세부 장식은 단연 고려 범종의 백미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실제 동종은 용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된 용뉴(용 모양 걸이), 종의 어깨 부분을 위로 향하고 있는 연꽃잎 문양으로 입체적으로 장식하고, 몸체에 삼존상을 부조로 배치한 점, 섬세한 꽃잎으로 표현된 4개의 당좌(종을 치는 나무 묵대가 닿는 부분), 균형 잡힌 비례와 아름다운 곡률을 가진 몸체 등 뛰어난 장식성과 조형성을 갖고 있다.

동종은 범종으로 불리기도 한다. 범종은 절에서 시간을 알릴 때, 혹은 대중을 모이게 하거나 의식을 행할 때 쓰이는 종이다. 이 때문에 전국 수천 개 사찰마다 범종이 하나씩 있다. 범종과 함께 법고와 목어, 운판을 사물(四物)이라 한다. 종을 치는 목적은 그 소리를 통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구제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에 있다. 범종은 불교공예사의 걸작들로 국보와 보물로 많이 지정돼 있다. 국보로 지정된 범종은 총 5점이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면 종은 타종을 멈춘다. 자칫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소사 동종 역시 마지막 타종은 1989년이다. 지금은 복제품으로 타종하고 있다. 국보 5점 가운데 오대산 상원사에 소장된 상원사 종이 가장 연대가 이른 종이며,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성덕대왕신종 역시 8세기 작품이다. 가장 오래된 고려 종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흥사명 종이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범종은 일본으로 상당수 반출됐으며, 연지사명 조구진자 종은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안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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