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낙연·양향자·금태섭·원칙과 상식·정의당 탈당파 한 배 타나…‘제3지대 빅텐트’ 들썩
연대 신호 보내며 제3정당 강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9일 국회에서 만났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이재명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오는 10일 탈당을 예고했다. 박원석 전 의원 등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 22명도 이날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 추진 폐기를 촉구하며 탈당을 시사했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은 이질적인 제3지대 세력들의 집결장을 방불케 했다. 오전 10시 동시에 열린 양향자 대표의 출판기념회와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제3지대 주요 인사들이 모였다.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는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와 조 의원 출판기념회에 연이어 참석했다. 금태섭 ‘새로운 선택’ 대표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도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보였다.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는 각각 양 대표에게 연대하자는 신호를 보내며 제 3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양 대표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 자리에 우리가 모였다.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는 데 양향자의 도전의식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양·금 대표와 함께 협력해 나갈 생각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협력의 방법이 무엇이냐 하는 건 앞으로 차차 드러날 것”이라며 “협력을 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도 축사에서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 간의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동질성이 있는지를 언론이 많이 주목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이나 미래에 대한 동질성만으로도 저희는 이미 같은 꿈 꿀 수 있는 동지의 자격을 넘어섰다. 저는 오늘 이렇게 확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한국의희망의 정책을 많이 검토했는데 (저희와)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세력과의 차이가 한강 정도라면 한국의희망과는 청계천 정도”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축사에서 “누군가는 여의도 사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여의도 사투리를 대체할 다른 방언으로 그들만의 언어인 서초동 사투리를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 받아들일 언어가 있다면 과학기술계, 젊은 세대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금태섭 대표는 제3지대 결집을 강조했다. 금 대표는 축사에서 “이제 K-정치를 시작할 때가 됐다. 분노를 넘어 대화, 통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 자리에 모인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 양 대표와 함께 서로 돕고 경쟁하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조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조응천 의원과 교류하며 느낀 건 명예롭지 않은 길을 절대 갈 수 없는 그런 뇌 구조를 가지신 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 의원의 모든 행보를 응원하고 저도 함께할 수 있는 방향에서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조 의원 같은 신념의 정치인이 지금 같은 혼란의 시대에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국면, 향후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서 저는 기꺼이 조응천 의원의 지도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날 이재명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10일 국회 기자회견 일정을 잡아뒀다. 조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 대해서 끝까지 결단을 요구했는데 저희가 답을 못 들었으니 그럼 방법이 없다”며 ‘그럼 탈당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진행자가 ‘원칙과 상식 4명의 의원 의견이 일치돼 있냐’고 묻자 “그렇다”며 “어쨌든 의견일치라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행동 통일”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등 22명의 전·현직 정의당 당직자는 이날 “선거연합정당 방침을 폐기하고 3지대 대안정당으로 노선을 전환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정의당은 오는 14일 당대회, 오는 25일 당원 총투표를 거쳐 다음달 3일 선거연합신당 창당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말 그대로 최후통첩”이라며 “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요 멤버들은 탈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론적으로 빅텐트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빅텐트로 가는 길은 몇 단계가 있을 수 있다. 독자적인 창당 과정을 밟지는 않고, 창당 중인 곳과 논의를 함께 하거나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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