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분 담보' 발표에 당국·산은 입장 선회…"의미 있는 안"
내일 주요 채권단 재소집…태영 관계자 참석해 자구안 설득 계획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태영그룹이 9일 지주사와 SBS 지분 담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함에 따라 채권단 평가 및 워크아웃 개시 동의 여부가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추가 자구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놔 법정관리행 위기는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추가 자구안에 '유동성 부족 시', '필요 시'라는 꼬리표를 단 만큼 대주주의 절박함을 느끼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내놨다.
산업은행은 추가 자구안 발표 직후 6개 주요 은행 담당자들을 불러 추가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는 등 워크아웃 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 모두 걸겠다는 각오"…당국·산은, 긍정적 평가
태영그룹이 이날 발표한 추가 자구안 핵심은 필요 시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 "대주주 지분을 모두 걸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심을 끌었던 SBS 지분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방송 기업이라 일반 기업과 달리 매각에 법적 규제가 많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추가 자료를 내고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 계획과 계열주의 책임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 정도면 의미 있는 안"이라며 "기존 제출됐던 자구안도 이행만 되면 상당한 규모인데, 매각 절차 등으로 중간에 유동성 문제가 있을 경우 이렇게(추가 담보 제공) 하겠다고 한 거라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산은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 설득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태영그룹 발표 전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관련 연대보증 채무와 관련해서도 유예 쪽으로 채권단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전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모두 이행한 데 이어 에코비트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태영그룹과 사모펀드 KKR은 2조~3조원대 몸값으로 평가받는 에코비트 공동 매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KR이 에코비트 팔기 위한 제안서(RFP)를 뿌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일단 에코비트 문제가 해결되면 현금 유입이 꽤 되는 데다가 필요 시 SBS와 티와이홀딩스 지분도 내놓는다고 하니 나쁘지 않은 안"이라고 평가했다.
"뼈를 깎는 자구안 맞나" 의문도…사재출연·대주주 지분 매각 빠져
그러나 채권단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채권단이 요구했던 강도 높은 자구안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주사 지분 매각이 아닌 담보 제공을 통한 유동성 확보인 데다가 그 마저 '기존 자구안 이행으로도 안 될 경우'란 단서가 붙었다는 것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필요 시' 같은 단서가 붙은 조건부 추가 자구안이 아닌 채권단 핵심 요청인 대주주 지분 매각 등이 이뤄져야 순탄하게 워크아웃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도 "사실상 담보 제공을 통해 대출을 받겠다는 이야기인데, 뼈를 깎는 자구책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BS 주식을 최대한 담보로 많이 제공함으로써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미결제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워크아웃 절차에 지나치게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은 통상적 절차와 너무 다르다"며 "은행 실무진이 기사를 통해 내용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용산, 'F4(Finance 4)'가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데 이런 워크아웃이 어디 있느냐"며 "심지어 산업은행 관계자도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75% 동의하면 워크아웃 개시…중소형사 표심은 '미지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이달 11일 제1차 협의회에서 서면 결의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파악한 609개 채권자 중 산은에 신고한 채권액을 기준으로 의결권이 부여되고, 신용 공여액 기준으로 75%가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각사는 워크아웃 가결 혹은 부결 중 어느 쪽이 자사에 유리한 지를 따지는 회의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워크아웃은 건설사 특성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많고, 이해관계자도 다양하다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PF 사업장별 위험 수준, 준공률, 보증 형태 등에 따라 워크아웃의 유불리 여부도 달라진다.
태영건설 채권단 중 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채권액 비율은 30% 수준이다. 나머지는 중소 규모 금융사가 채권을 들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금융사의 경우 협의회 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 사업장이 여러 곳인데 사업장별로 진행 상황이나 보증 형태에 따라 워크아웃이 유리한 곳도 있고, 법정관리가 유리한 곳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정해야 좋을지 계산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규모가 큰 금융사는 산은 입장을 따라 움직이겠지만, 나머지 금융사는 법정관리나 청산이 유리하다고 보고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산은은 당장 오는 10일 주요 채권자를 재소집한다.
이 자리에는 태영그룹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추가 자구안을 설명하고 워크아웃 동의를 부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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