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구입 예산의 20% 해외미술품 투자”

2024~2026년 중기 운영방향 발표
해외미술품 수집에 예산 20% 투입
해외 학술연구·담론 확대에 노력
김성희 관장 “기관 효율성 최대화에 노력”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해외 미술작품 수집을 강화한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담론 형성과 확장을 위한 학술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4~2026년 중기 운영 방안과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 미술작품 수집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부분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수는 1만1500여점으로, 90% 이상이 국내 미술품이다. 해외 미술품은 8.5%에 그치고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소장품은 미술관의 ‘얼굴’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소장품 중 국제 미술품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2024년 47억원으로 책정된 구입예산 가운데 20%를 해외미술품 구매에 투자하고, 후원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꼭 구입해야 할 미술품이 있을 경우 특별예산 형식으로 책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미술품 수집 대상으로 올해는 아시아 여성 작가, 2025년엔 유럽 등 동시대 미술·포스트모더니즘 미술 작품에 주력하고, 2026년엔 국제적인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을 수집한다는 방안이다.

지난해엔 미국 유수 미술관에서 한국미술 전시가 이어지면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다. LA카운티미술관에서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 전이 열러 한국근대미술 130여 점을 선보였고,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이 열린 데 이어 샌디에이고 미술관 ‘생의 찬미’, 애리조나 투손 사진센터에서 ‘기록과 경이: 한국현대사진’전이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높아진 국제적 관심을 지속·확대하기 위해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한 연구를 강화한다.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중견 및 대가 작가 심층 연구, 한국미술사의 거시적·미시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담론 형성과 확대를 위해 국내외 연구자 및 작가의 국제교류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학자·큐레이터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 공공프로그램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국제적인 한국미술 연구 강화를 위해 ‘MMCA 리서치 펠로우십’을 추진,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무장애 미술관, 모두의 미술관’을 위한 조치도 강화한다. 점자 입출력장치, 수어동작 인식기술, 높이조절 기능 등이 지원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연내에 도입해 장애인·노약자 등 디지털 취약층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 및 이동약자를 위한 ‘맞춤형 미술관 길찾기 서비스’를 신설하고 장애인의 전시감상을 돕기 위한 화면정보해설, 수어, 촉각자료 등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접속하는 몸_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홍이현숙, 석광사 근방, 2020,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강소, 무제, 1989, 캔버스에 유화물감, 258.5x194x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영선, 여의도샛강생태공원, 1997-2007, 사진 제공 정지현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주요 전시계획도 밝혔다. 서울관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여성 미술을 초국가적·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살피는 국제기획전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전이 9월 시작된다. 10월에는 실험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을 탐구하며 서구와 전통을 결합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확장성을 모색하기 위해 조경·자수·도자 등 주변부에 머물렀던 작가·작품을 조명한다. 서울관에서는 국내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 4월에 열린다. 미술관에서 조경가의 전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수궁관에서는 실용미술·규방미술로 여겨지며 주변화됐던 한국자수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는 ‘한국 근현대자수전’(5월), 과천관에선 건축가의 ‘집’을 통해 2002년 이후 현대건축과 주거문화를 살피는 ‘퍼포밍 홈: 대안적 삶을 위한 집’(7월) 전시와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를 살피는 ‘생활·도자·예술: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전(11월)을 진행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2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에서 이어지고 대만 타오위안시립미술관에서는 2020년 덕수궁관에서 진행됐던 ‘미술관에 書(서): 한국 근현대서예전’이 열린다.

지난해 4월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돌연 사퇴하며 9월에 신임관장으로 취임한 김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서 목적은 딱 한 가지, 기관의 근간을 단단하게 해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소통이 안 돼서다. 직원 사이의 소통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