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막아라’ 美 국무장관 급파에도···헤즈볼라 최고위급 폭사에 확전 위기감 고조

선명수 기자 2024. 1. 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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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키암 일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국경 일대에서 교전을 이어가며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레바논 등 중동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확전 방지를 위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진화에 나섰지만, 전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핵심 지휘관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폭사하면서 역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 상태다.

레바논 언론들은 전날 남부 키르베트 셀름에서 헤즈볼라 정예 라드완 부대의 지휘관인 위삼 하산 알타윌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알타윌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라드완 부대는 이스라엘군이 가장 경계하는 헤즈볼라의 정예 부대로, 알타윌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헤즈볼라 인사로는 최고위급이다.

2006년 이스라엘과 한 달여간 전쟁을 벌인 바 있는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며 레바논 남부와 접한 이스라엘 북부 국경 일대를 공격했고, 이스라엘도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기지에 반격을 가하며 국경 일대 교전이 3개월 가까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된 전투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선 이스라엘인 8만여명이 이미 대피한 상태다. 레바논에서도 주민들이 북쪽으로 대피했다.

지난 2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하마스 3인자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습을 받아 사망하며 양측 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반발한 헤즈볼라는 지난 6일 이스라엘 북부 공군기지에 로켓 공격을 감행했고, 국경 지대에서 치열한 교전도 계속됐다.

이처럼 이미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헤즈볼라 고위급이 사망하면서 양측의 전면전 우려는 더욱 커졌다. 확전을 막기 위해 중동지역 셔틀 외교전에 나선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알타윌 폭사와 관련해 “긴장이 고조돼 전쟁을 치르는 것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을 중동지역에 급파한 것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막기 위해서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일 경우 전력의 분산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내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인사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직후 이스라엘 관리들이 헤즈볼라를 선제 공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곧바로 미국에 의해 제지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스라엘 관리들은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헤즈볼라가 있으며, 이들이 하마스처럼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이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에 최대 세 번씩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했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선제 공격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도 개전 이후 네 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 목적이 “미국의 압력에 계속해서 저항해온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이스라엘은 필요하다면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군이 헤즈볼라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만들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라드완 부대가 국경 일대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제 갈림길에 있다. 헤즈볼라가 물러나거나 우리가 밀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레바논 접경지의 이스라엘 군대를 방문해 “북쪽 안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국지적인 충돌을 이어가더라도 2006년처럼 쉽게 전면전에 돌입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면전은 양측 모두에게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중동 책임자인 존 올터먼은 “전면전은 헤즈볼라로서는 엄청난 도박이고 가자지구에서 끝내지 못한 숙제가 많은 이스라엘로서도 주의를 심하게 분산시키는 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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