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 만들어진다는데 과학계는 ‘글쎄’…왜?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정책 조정 능력 ‘우려’
‘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는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은 올해 상반기 중 출범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주항공청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희소식’일 법한 이번 법안 통과 소식에 우주과학계에서는 걱정의 시선이 나온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우주항공청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기관으로 최종 정리됐기 때문이다. 우주를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의 영역에서, 국가와 기업의 이해가 강하게 투영되는 장으로 확장해서 보는 최근 세계적인 흐름에 대해 과기정통부 산하로 국한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으로 설치된다. 우주항공청장은 차관급으로 정해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소속으로 들어간다.
우주항공청 인력은 약 30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곳은 경남 사천이 유력하다. 개청 시기는 올해 상반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4월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해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진통이 컸다.
특히 차관급이 이끄는 과기정통부 소속기관 형태의 ‘우주항공청’을 만들자는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의 장관급 기관으로 ‘우주전략본부’를 만들자는 야당의 대립이 있었다. 결국 여당 입장에 가까운 안으로 우주항공청법이 제정됐다.
우주항공 전담기구 설치는 이 분야 과학자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우주항공청 설치가 가시권에 들어왔는데도 관련 과학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인 우주항공청이 범부처 조정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지 불투명하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우주항공청법을 보면 ‘(우주항공청이) 우주항공 관련 정책, 연구·개발(R&D), 산업육성, 민·군협력, 국제협력, 기반조성, 우주위험 대비, 우주안보(외교·국방 제외) 등을 관장한다’는 조항이 있다. 대부분 과학자들이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연구나 기술 개발 영역을 넘어서는 이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전 한국항공대 교수)은 “예전에는 기술 개발이 우주를 대상으로 한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외교와 경제, 산업 등의 영역으로 우주를 보는 관점이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과기정통부 밑에 우주항공청을 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예컨대 지구 궤도의 우주쓰레기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누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달에서 자원 개발이 본격화할 때 각 국가나 기업의 이해는 어떻게 조정할지가 모두 우주를 무대로 한 새로운 이슈들이다. R&D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에 소속된 우주항공청이 이런 이슈들에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걱정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우주항공청을 언제, 어디에 만들자는 논의 외에도 왜,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는 제대로 공론화된 적이 없다”며 “우주와 관련 있는 여러 부처와 정책을 조정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주항공청은 말 그대로 과기정통부의 외청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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