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편의점에서 화장실을 팝니다

노도현 기자 2024. 1. 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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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가 판매하는 ‘생태 화장실’. CU 제공

‘비누, 고체치약, 대나무 칫솔 그리고 화장실?’

1000원짜리 캔커피를 파는 편의점이 250만원짜리 이동형 화장실 판매에 나섰다. 고객의 관심을 끌고 차별화된 경험과 재미를 제공해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다.

CU는 자체 커머스앱 ‘포켓CU’의 홈배송 메뉴 안에 ‘지구를 지키는 우리들의 자세’라는 주제로 기획상품 페이지를 열고 친환경 상품들을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생필품 위주인 상품 가운데 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태 화장실’(250만원)과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빗물 저장 탱크’(310만원)가 눈에 띈다.

생태 화장실은 사회적 기업 ‘스페이스선’이 만든 이동형 화장실이다.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겨냥했다.

농막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려면 수도시설과 정화조 설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지자체에 별도로 신고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면 생태 화장실은 가로 1.2m, 세로 1.35m의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지 설치할 수 있다고 CU는 설명했다.

생태 화장실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대소변을 분리한다. 톱밥이나 부엽토(풀이나 낙엽이 썩어서 된 흙), 유용 미생물인 EM으로 뒤처리해 냄새를 잡는다. 분뇨는 발효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 CU는 “자원 절약과 자원 재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친환경 ‘뒷간’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빗물 저장 탱크는 빗물을 모아 농업용수, 조경용수, 청소용수, 초기 산불진화용수 등 다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수돗물 사용 비용을 아끼고 생태 순환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교육 용도로 찾기도 한다.

이런 이색상품 판매는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편의점들이 고정관념을 깨고 초고가 와인, 다이아몬드, 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색상품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동시에 타사와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다”며 “특히 단독으로 운영하는 차별화 상품들은 모객은 물론 브랜드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시선을 끄는 미끼상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드물지만 간간이 구매자가 나타난다. 앞서 CU는 2021년 설 선물로 최고 1600만원 상당의 ‘이동형 주택’을 선보였는데, 실제로 3채나 판매했다. 지난해 설에는 이마트24에서 6740만원짜리 BMW 5시리즈 차량이 팔렸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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