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태영오너지분 '전부 담보' "긍정적"…채권자 설득만 남았다
태영그룹이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추가 자구안으로 제시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계열주의 책임이행 의지를 긍정 평가하며 신뢰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산은이 요구한 자구안 대부분이 제시된 만큼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자의 75% 동의를 넘기는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산은은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후 기업개선계획 수립시까지 필요한 부족자금을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인 바, 계열주가 발표한 방안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함을 확약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이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4가지 자구안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TY홀딩스와 SBS 지분 전부를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지분율 33%·시가총액2370억원)가치 780억원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36.9%·시가총액 약 5400억원)가치 2000억원을 합산하면 추가로 3000억원에 육박(2789억원)하는 유동성이 추가로 확보된 것이다.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더라도 약 3~4개월간의 실사 기간 동안 태영건설은 자구안을 통해 상거래채권 상환 및 운영자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계열사 매각과 지분 담보에 더해 지주사와 SBS 지분까지 유동성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의사를 밝힌 만큼 실사기간 부족 자금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7개 금융지주회사 회장 및 산은 회장, 기업은행장과 2024년 신년 금융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에서 "특정 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기업의 유동성도 함께 봐야해서 과거에도 이를 같이 보며 조정한 적이 있다"며 채권단이 TY홀딩스에 채무 상환 요구를 하지 않도록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키로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지주사의 채무도 유예해 주는 셈이다.
태영그룹과 채권단이 한발씩 양보한 자구안이 성사되면서 오는 11일 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자의 75%의 동의를 받으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채권자는 총 609곳으로 이 가운데 약 33%가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인 만큼 채권자 설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다만 지난 4일 채권자 설명회에서 제시된 반대매수청구권 문제는 아직 남았다. 소액 채권자 중심으로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의 채권을 태영건설이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래 워크아웃시 채권가격의 약 10% 전후로 청산가치를 매겨 찬성 채권자가 사줘야 하지만 태영건설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이다.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태영건설이 반대 채권자의 채권을 우선 사주는 방안이 가능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채권단도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은은 워크아웃이 개시 되더라도 태영그룹 측이 약속한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이 중단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돼도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고도 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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