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또 막혔다'…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5~49인)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늦추는 법안(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월 임시국회 개최가 합의한 만큼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7일까지 극적 타결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대장동 사건 특별검사법안) 재의결 등 쟁점이 산적한 상황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연장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기간을 2026년 1월27일로 2년 더 연장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정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이달 27일부터 50인미만 사업장들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법 적용을 앞두고 준비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해왔지만 여야는 수차례 협의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이 법과 관련해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 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 지원 방안, 추가 연장이 없다는 경제계의 약속 등을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유예기간 연장에 반대해 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중소기업의 중대재해 감축과 안전·보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어느 것 하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지난 달 6일부터 매주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통해 수 차례 협의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의 경우 유예기간 만료가 이달 27일인 만큼 그 전에만 국회를 통과하면 된다. 여야는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다. 본회의는 이달 25일과 2월1일 열기로 했다. 이달 25일 전까지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하면 유예기간 만료 전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야 2+2 협의체'(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및 원내수석부대표 협의체)가 사실상 무력화 됐다는 데 있다. 2+2 협의체에서 논의하던 법안 중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건 개 식용 금지법과 우주항공청 특별법 뿐이다. 원자력발전소 내에 임시저장 중인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방폐장)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도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관리시설 확보 시점'과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 등의 쟁점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이 밖에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시간 중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의 법률안도 1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간 협상의 실마리 역할을 해야 할 2+2 협의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2+2 협의체와 관련해 "이달 25일 본회의가 잡혀있는 만큼 협의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차라리 개별 상임위원회에서 간사들 간 협의하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우주항공청 특별법도 2+2 협의체에서 합의 한 것이 아니고 상임위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여기(2+2)는 약간 정치적 대결하는 듯 해서 (협상에) 별 소용이 없는 듯 하다"고 토로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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