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시장은 컸는데 펫 커머스는 왜 안 될까 [인포로 본 세상]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반려가구 1200만명 시대
반려동물 관련 산업 급성장
대기업도 뛰어든 펫 커머스
펫 커머스 침체 이유 뭘까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잘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52만 가구(이하 KB금융지주·2023년 기준)로 전체 가구의 25.7%에 달하고, 반려인은 1262만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각종 제도도 달라지고 있다(표➊). 처리가 지지부진하던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대표적 사례다.
스타벅스(SCK컴퍼니)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문을 열어젖힌 '반려동물 동반 매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타벅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받아 지난 5일 '구리 갈매 DT점'을 반려동물 동반 매장으로 새롭게 열었다.
그동안 커피전문점 등 휴게음식점에선 식품위생법상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분리해야 했지만, 이 매장에선 반려동물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어디에서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9년 2조8004억원(이하 한국노동연구원)이던 국내 펫 산업 규모는 2025년 4조133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표➋). 대기업들이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펫 커머스 시장을 노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곳은 GS리테일이다. 이 회사는 2018년 펫 커머스 플랫폼 '어바웃펫(옛 펫츠비)'을 인수(지분율 66.1%·50억원)한 데 이어 2021년엔 사모펀드 IMM PE와 함께 또다른 펫 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를 인수(지분율 29.8%·500억원)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GS리테일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23년 3분기(누적 기준) 펫프렌즈의 매출액은 755억원으로 전년 동기(621억원) 대비 21.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35억원 적자를 냈다. 전년(107억원 적자) 대비 적자폭이 26.1% 커졌다. 어바웃펫도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131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펫프렌즈가 반려동물 모바일 앱 순위 1위(2023년 상반기·37.6%)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다(표➌).
그래서인지 GS리테일과 함께 펫프렌즈 투자에 나섰던 IMM PE(지분율 65.8%)는 2년여 만에 지분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펫프렌즈 측은 "마케팅을 고도화하고, 인력 확보, 물류 혁신 등에 투자하면서 전략적인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플랫폼의 사업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59만명에 달하고 1년 내 재구매율도 88%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반려인구와 시장은 급증했는데 펫 커머스는 왜 돈이 안 되는 걸까. 무엇보다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려동물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는 있지만 반려동물 양육비의 대부분은 사료비·간식비 등 '식비(KB금융지주·50.8%)'에 치중돼 있어서다(표➍). 펫 커머스에서 주로 팔리는 상품이 사료나 간식류라는 건데, 이는 쿠팡·컬리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펫'에 특화한 펫 커머스 업체도 결국 쿠팡·컬리와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에 큰돈을 투자하는 '고관여층'을 잡기도 쉽지 않다.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사료나 간식은 제조사가 운영하는 자체몰이나 동물병원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펫 산업이 커지고 있지만 그중 펫 커머스의 성장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면서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고, 쿠폰 등 마케팅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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