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도 챗GPT로 작성…'업무부담 경감'vs'공정성 훼손'

김윤정 2024. 1. 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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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특징 단어 입력하면 완성형문장 탄생
챗GPT 활용한 학생부 작성 콘텐츠도 인기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전적인 의존은 경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교육현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챗GPT를 활용해 학생 생활기록부(학생부)를 작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3월9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진열된 챗GPT 관련 도서를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키워드 입력하자 맞춤형 문장 탄생… 호평

유튜브에서도 교사들을 겨냥한 챗GPT 활용 학생부 작성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콘텐츠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챗GPT를 결합해, 교사가 시트에 키워드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문장을 완성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해당 영상에서 개발자가 ‘데이터 분석에 관심’, ‘인구 대비 카페 수를 직접 분석’ 등 학생에 대한 키워드를 입력하자, 챗GPT는 금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 현상을 파악하고 이를 해석하는 능력도 탁월하게 보였습니다. 학생은 문제 해결에 대한 호기심이 높으며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프와 통과를 활용해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설명하는 능력도 뛰어나게 보였습니다”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교사로 추정되는 이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댓글에는 “명료하면서도 흐름을 잘 설명해 주신 영상이라 도움이 많이 됐다”, “초심자도 알아들을 수 있게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시고 정리까지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문장 작문에 코딩 검사까지 활용…“업무부담↓”

교사들은 챗GPT가 학생부 작성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특히, 같은 활동에 대해 여러 표현을 고민해야 하는 부담을 대폭 줄여준다는 반응이다. 경북 소재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A씨는 “학생부에 글쓰기 수행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표현을 썼더니 수정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같은 수행활동에 대해 내용을 다르게 써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단점은 배제하고 엇비슷한 장점을 다채롭게 쓰려니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B씨(31)도 “학년 교육과정을 동일하게 이수한 학생들의 교과학습발달사항을 각기 다른 문구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내용을 어떻게 하면 여러 다른 표현으로 기재할 수 있을지 도움을 많이 줘서 훨씬 편리하다”고 했다.

문장을 고민하는 일 외에도, 챗GPT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 수학교사 C씨는 학생이 설계한 코드를 검증하기 위해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 가령 학생이 2차 함수를 푸는 코드를 짰다면 챗GPT를 활용, 비슷한 코드를 설계해 학생의 코드와 대조·검증하는 식이다.

C씨는 “코딩·컴퓨터 분야는 학생들이 교사보다 지식이 많은 경우가 있어 과거에는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를 믿고 학생부 활동을 작성해왔다”며 “이제는 챗GPT를 활용해 학생이 정말로 코딩을 이해했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게 됐고 지식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내에서도 챗GPT를 활용 학생부 활용 연수가 활발하다. 지방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 씨는 “지난해 학생부 총괄 교사 주도로 관련 연수가 열렸다”며 “저연차 교사들 위주로 괜찮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치된 입시전략 도서 모습. (사진=뉴시스)
학생부 기재…교사 ‘교유 권한’ 시각도

챗GPT 활용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학생부 기재는 교사의 ‘고유 권한’인데 챗GPT가 작성한 학생부 내용의 경우 교사가 직접 쓴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는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9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대필 금지 원칙’을 신설했다. 학생부 기재는 학생평가·평가결과에 근거한 교사의 고유 권한으로, 학생·학부모로부터 학칙·관리지침에 반하는 내용을 전달받아 작성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일부 참고자료 외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내용을 학생부에 반영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는 상황에서, 챗GPT를 활용해 학생부를 작성하는 것은 문제가 없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극심한 상황에서 담당하는 학생들도 많다 보니 챗GPT와 같은 AI가 뛰어난 조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챗GPT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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