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바이든도 '남북전쟁 참전'…美대선 달구는 역사논쟁

김지연 2024. 1. 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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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163년만에 남북전쟁이 대선 이슈로"
헤일리, 노예제 언급 회피…트럼프 "남북전쟁 협상가능했다"
바이든 "거짓말" 직격…헤일리 "자격있나" 재반격
작년 미국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링컨기념관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남북전쟁(1861∼1865년)을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을 협상으로 피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거짓'이라고 몰아붙이며 흑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노예제를 지지하던 남부 주들이 노예제 반대 진영의 에이브러험 링컨이 대선에서 승리한 데 반발해 연방에서 탈퇴한 이후 163년 만에 대선에서 남북전쟁의 근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이 다시금 오늘날까지 위협으로 남은 백인우월주의와 (노예제라는) 원죄를 기억하는 방식을 놓고 씨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논쟁을 먼저 촉발한 것은 공화당의 대선 주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헤일리는 지난해 12월 유세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였다"고 답해 노예제 언급을 피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링컨 전 대통령의 취임을 2개월여 앞둔 1860년 12월 가장 먼저 연방을 탈퇴한 남부 주다.

헤일리의 답변을 두고 남부가 노예제 유지가 아니라 과도한 연방정부 통제에 맞서 주의 권리를 지키려 싸웠다는 남부 수정주의자들의 역사 인식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자 헤일리는 "물론 남북전쟁은 노예제에 관한 것이었다"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자유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6일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논쟁에 뛰어들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에서 남북전쟁과 관련 "솔직히 협상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협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협상이 됐다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누군지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링컨 전 대통령이 오늘날 남북전쟁으로만 알려져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 중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7일 미 ABC 뉴스에 "링컨은 노예제 폐지가 시작되게 했고 연방을 구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나 디샌티스 주지사가 앞서 플로리다주 교육 과정에서 흑인 역사를 축소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을 사람들은 잊지 않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역사학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데이비드 블라이트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남북전쟁이 협상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초등학교 수준 허튼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전쟁은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하고 분열적인 사건이었다"며 "엄청난 서사와 중대성이 있는데, 이같은 발언은 이를 정치적 놀음으로 축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교회에서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AFP=연합뉴스]

8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연설하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분명히 해두자. 노예제는 남북전쟁의 원인이었다. 여기에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또 패배를 거짓말로 숨기려고 하는 이들이 이 나라에 있다"면서 "이번에는 2020년 대선에 관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주장하는 것을 남부 연합의 패배를 주의 권리를 위한 '대의'의 전쟁이었다고 포장하는 데 빗대어 비판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이번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인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설교'를 할 자격이 없다고 재반격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폭스뉴스 타운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턴의 이매뉴얼 교회에서 "정치적 연설을 한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분리주의자들과 어울려 다니며 경력 내내 인종차별적 언급이나 했던 사람이 나에게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누구에게든 인종차별이나 노예제, 내전이 어쨌다고 설교해서는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기간 1970년대 인종 통합 스쿨버스 운행 정책에 반대한 전력이 있고 상원의원 시절 함께 일했던 분리주의 상원의원 2명을 두둔하는 듯 발언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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