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까지 간 ‘74억 먹튀 사태’…‘초저가’로 소비자 낚았다
미끼 상품으로 유인해 타 제품 구매 유도…배송도 환불도 없어
공정위, 시정권고 불이행에 결국 검찰 고발…소비자 주의점은?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스타일브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저가 마케팅'을 빙자한 쇼핑몰의 사기성 행각이 재조명되고 있다. 업체가 결제를 마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보내지 않거나 환불 요청을 거부해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유사 사이트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81만 명 피해 본 먹튀 사태는?
공정위가 8일 스타일브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보내지 않아 시정권고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권고 미이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일명 '스타일브이 사태'는 근 1년간 지속된 사기성 행위였다.
스타일브이는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생필품 등을 시중 가격보다 80% 싸게 판다고 광고했다. 사이트 운영진은 싼값의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해당 페이지에서 다른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라면 20개를 4000원에, 쌀 10㎏를 6900원에 판매하는 등 주로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이들은 물품을 배송하지 않거나 환불을 미루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배송이나 환불이 이뤄지지 않은 주문 건은 전체(226만5422건)의 90%(202만6436건)에 달한다.
유사 사이트와 운영진 동일…쇼핑몰 추가 개설해 범행
주목할 점은 다른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사기성 행각이 우후죽순 등장했다는 점이다. 오시싸, 도깨비마트, 싹딜, 뷰티히어로, 맘앤마트 등이 스타일브이와 유사한 '저가 마케팅'을 내세웠다. 맘앤마트의 경우 2만8000원짜리 믹스커피 상품을 64% 할인한 1만원 대에 판매했고, 최저가 10만원이 넘는 화장품 5종 세트를 5만9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의류를 주로 취급하던 오시싸 사이트도 비슷한 마케팅 방식을 취했다. 이 사이트들에서도 물품이 배송되지 않으면서 해당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민원도 폭주했다. 쇼핑몰에 입점한 협력업체도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봤다.
이 사이트들의 운영자는 모두 같았다. 해당 사이트 대표자 및 사업장이 스타일브이와 같거나, 사실상 '바지사장'을 앉혀 놓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기 사실이 알려지고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다른 이름의 쇼핑몰을 만들어 사기성 행각을 이어가는 '쇼핑몰 돌려막기' 방식을 이용했다.
운영진들은 현재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운영자 최아무개씨는 구속됐고, 서류상 사이트 대표인 윤아무개씨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 중이다. 최씨는 2018~2020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38개의 쇼핑몰을 운영하다 사기죄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바 있다. 출소 이후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이어온 것이다.
이들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이트를 추가적으로 개설해 사기성 행각을 벌였고, 피해 규모는 더 커졌다. 적발된 사이트 6곳 중 3곳의 서버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81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피해 금액은 74억원에 달한다.
소비자들 왜 속았나?
일부 쇼핑몰에서도 제품의 '특가 할인'이나 '첫 구매 혜택' 등으로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80% 이상의 할인율을 믿고 구매하기도 했다.
또 업체는 극히 일부의 소비자들에게는 상품을 실제로 배송했다. 배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사이트처럼 꾸며내기 위해서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라며 '배송 지연' 이유를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타 사이트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의심했지만, 물품을 받았다는 후기를 보고 구매한 사례도 많았다.
운영자들은 피해액이 '소액'이라는 점도 노렸다. 2000~5만원 내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실제 피해자 신고율은 0.8%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소액 사건인 점을 노리고 범행을 반복하기 때문에 처벌을 위해서는 피해자 신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소비자원도 '주의보'…현금보단 '카드' 이용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상품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광고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고지하거나, 자사 쇼핑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로 환급해주는 경우에도 의심해야 한다. 파격적인 거래 조건을 제시할 경우,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나 네이버 블로그,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업체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은 또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고지된 경우에는 거래하지 않아야 하며, 상품을 주문할 때는 가급적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20만원 이상의 상품은 3회 이상 분할 결제를 통해 구매하는 등 고가의 상품을 거래할 때는 신용카드 할부 제도를 이용하라고도 당부했다.
업체의 배송 지연이나 환급 지연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1372 소비자상담센터로 문의해 대응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에는 즉시 신용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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