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 '현물 ETF' 받으면…비트코인의 '봄' 기다리는 시장

윤세미 기자 2024. 1. 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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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발표를 앞두고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승인 전망이 높은 가운데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는 비주류로 취급되던 비트코인이 주류 자산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FPBBNews=뉴스1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오는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그레이스케일이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한 SE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SEC가 지난해 8월 패소하면서 SEC가 이번엔 허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블랙록과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13개 자산운용사는 ETF 발행 신청서의 최종 수정안을 제출한 뒤 SEC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관측통들은 SEC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 이날 여러 ETF를 동시에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에선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시돼 거래되고 있지만 현물 ETF는 아직 없다. 비트코인 실제 가격과 연동되는 ETF를 산다는 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단 의미다. ETF가 출시되면 증권사를 통해 일반 주식처럼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범위가 확대되고 거래가 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선 SEC의 현물 ETF 승인은 사실상 비트코인을 주류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지난달 투자노트에서 "우리는 주류 기관들의 전례 없는 비트코인 수용으로 가상자산의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례 없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보다 먼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나라들도 있다. 캐나다, 독일, 브라질, 호주 등이다. 그러나 전 세계 돈이 몰리는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ETF는 시장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투자회사 멜라니언캐피탈의 재드 코메어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월가로 가는 문이 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비트코인 5년 가격 추이. 현재 가격(달러)은 한국시간 9일 오후 3시 기준/사진=인베스팅닷컴

시장은 이미 흥분 상태다. 지난해 두 배 넘게 오른 비트코인 가격은 SEC 결정이 임박하자 8일 장중 일시적으로 4만7000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시간 9일 오후 3시엔 4만6700달러대를 가리키고 있다. 상승세엔 올해 4월 반감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작용한다. 전체 발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약 4년을 주기로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이를 반감기라고 부른다.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장에선 가격 상승의 재료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2021년 11월 달성한 사상 최고치인 6만9000달러에 비해선 여전히 3분의 2 수준이다.

가상자산 낙관론자들은 SEC의 현물 ETF 승인을 통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돈나무 언니' 별명으로 알려진 월가 스타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는 현물 ETF 상장 후 수조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비트코인이 60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가상자산 회의론자들은 SEC의 ETF 승인은 때 이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과 불법 행위를 수반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영리 금융개혁 단체인 베터마켓츠의 데니스 켈레너 최고경영자(CEO)는 "불행하게도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상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는 최근 미국 전역의 투자 자문 4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39%에 그쳤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더라도 시장에서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에 따른 매도세가 출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승인 기대감이 선반영돼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차익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단 것이다.

그러나 페퍼스톤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헤드는 투자노트에서 "소위 '뉴스에 팔아라' 징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뉴스에 팔아라' 현상으로 일시적으로 15~20% 수준의 조정이 올 수 있지만 이는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번스타인은 올해 비트코인이 8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내년엔 15만달러까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IG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차트 패턴을 언급하면서 비트코인이 조정을 받기 전 5만1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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