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감사방해’ 산업부 전 공무원들...1심 집행유예→ 2심 ‘무죄’

우정식 기자 2024. 1. 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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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전자기록 대상 아니고, 감사 절차도 적법하지 않아”
법원 로고. /조선DB

월성원전 1호기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산업부 전직 공무원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9일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산업부 A(56) 국장과 B(53) 과장, C(48) 서기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어 손상죄의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감사 통보 이후 감사관이 C씨에게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또한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로 볼 수 없으며,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선 사무실의 평온 상태를 해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C씨가 삭제한 파일 중 일부가 산업부 내에 동일한 전자기록으로 존재하고, 감사원은 C씨로부터 ID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아 접근 권한도 받았다”면서 “감사 지연은 오히려 감사원의 부실한 업무 처리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감사 방해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쯤 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부하 직원 C씨는 같은 해 12월 2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삭제하기까지 해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면서 “이 때문에 감사 기간이 예상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C씨에게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선 현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C씨에게 PC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점을 고려하면 사무실에 출입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선고 후 이들은 “인사 이동 과정에서 관행에 따라 자료를 삭제했을 뿐 감사를 방해할 고의가 없었다”며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들에게 징역 1년∼1년 6개월을 구형했던 검찰도 “공무원들이 공모해 주말 심야 시간대에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감사 방해가 이뤄진 사건인 만큼 양형이 원심보다 무거워져야 한다”며 항소했다.

한편 이들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지난해 6월 산업부로부터 해임 징계를 받고 퇴직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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