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개시 초읽기…TY·SBS 담보 약속에 채권단도 '만족'
채권단 "긍정적 평가"…금융당국 "자구안 이행이 관건"
연대보증채무 유예도 추진…워크아웃 개시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 대주주 사재출연을 비롯한 추가 자구노력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 양상을 빚었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행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지주사인 TY(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하자 채권단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해 필요시 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자구계획 외에 새로운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제공을 통한 추가 자금 투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태영그룹이 제시한 새로운 계열사는 SBS미디어넷 등이다.
태영그룹은 기존에▲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TY홀딩스에 대한 오너일가 보유 지분(33.7%) 담보제공 ▲SBS에 대한 TY홀딩스 보유 지분(38.1%) 담보제공 ▲SBS미디어넷 등 다른 계열사를 활용한 자금조달 등 3가지를 추가 자구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오너 일가의 TY홀딩스와 SBS 지분 담보제공은 채권단이 요구해 온 추가 자구안의 핵심 관건이었다. 채권단과 태영그룹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가운데 890억원이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데 쓰인 것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전날 TY홀딩스가 뒤늦게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1차적인 갈등은 일단락된 상태였다.
그동안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움직임을 놓고 지주사인 TY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를 지키기 위해 태영건설을 꼬리 자르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제서야 만족할 만한 자구안이 나왔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을 운영하는 사주가 책임감 있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으니까 이제 얼마나 진정성과 실효성 있게 자구안을 이행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태영이 책임감을 갖고 발표한 방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사실상 태영그룹이 백기투항을 했는데 채권단에 신뢰를 줘야겠다는 대주주의 의지도 어느 정도 읽혀지는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많은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워크아웃 과정에서 얼마나 자금이 소요될지는 지금 모르는 것인데 (태영그룹은) 일단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 자구계획 발표에 대한 채권자 입장문을 통해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주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채권단에 전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계열주가 오늘 발표한 방안은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함을 확약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요 채권단에 속한 금융사 관계자도 "대주주가 지분 전체를 걸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던 것 같다"며 "이런 노력들이 워크아웃 개시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진정성 있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연대보증 채무 유예를 비롯한 폭넓은 지원을 약속한 것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7개 금융지주 회장과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에 대한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 유예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그룹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 뿐만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은 약 27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일부를 TY홀딩스 연대보증 채무 해소에 사용한 것도 지주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정성 있는 자구안을 내놓는다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는 걱정하지 않도록 연대보증을 유예해 줄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이 원장은 "채권단이 채권 집행을 유예함으로써 본 채무를 살리는 걸 전제로 기업을 재기시킨다는 워크아웃 정신에 입각해보면 (금융사들이) 보증채무를 일제히 청구해 해당 기업의 유동성을 어렵게 만드는 건 그 정신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보증채무 유예에 대한 금융사 책임을 묻지 않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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