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풀려난 태국 인질 “항상 숨진 이들 생각”
“나는 항상 그들을 생각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태국인 인질 위치안 뗌통(37)은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에서 2km 떨어진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일하다 하마스 대원들에게 끌려가 가자지구 내 지하터널(땅굴)에 억류됐다. 아보카도 수확을 위해 이스라엘로 들어간 지 일주일 만이다. 그는 이후 지난해 11월 휴전 기간에 풀려났다. 위치안은 자신이 인질로 붙잡혔던 약 한 달 동안의 경험을 이날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약 20m 깊이 땅굴에서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위치안은 “밤에는 매우 추웠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항상 축축했다”고 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끼가 제공됐는데, 주로 빵이었으며 통조림이 간간이 제공됐다. 물은 이틀에 0.5l만 주어졌다. 위치안은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을 청했으며, 카드놀이를 하며 배고픔을 잊으려 했다고 회고했다.
위치안은 하마스 대원들이 아랍어를 할 수 있는 무슬림 인질과 그 밖의 인질을 다르게 대우했다고 설명했다. 위치안은 아랍어나 영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샤워와 같은 특혜를 누릴 순 없었다. 땅굴 내에는 케이블이 없었는데, 아마도 자살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으리라고 위치안은 추측했다. 그는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하기를 포기해 “너무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하마스 고위급으로 보이는 이가 깨끗한 옷을 입고 땅굴 내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방에서 휴대폰과 TV로 전쟁 장면을 봤다고 전했다. 포격 소리가 가까워졌을 때는 다른 땅굴로 이동하기도 했다.
위치안은 땅굴에서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이스라엘 인질 3인과 함께 생활했다. 그는 인질 중 한 명이 자신을 많이 살펴줬다고 전했다. 이들은 위치안이 지난해 11월 석방된 지 약 2주 후 피살됐다. 위치안은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본 거의 유일한 목격자다. 그는 태국에서 이들의 피살 소식을 전달받고선 침대에서 똑바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태국에 머물고 있으나 인질로 억류됐던 경험이 여전히 그를 붙들고 있다. 밤에는 이명 때문에 잠을 설친다. 가끔 절에 찾아가 함께 지냈던 이스라엘 인질 3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운을 생각할 때면 기분이 정말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붙잡아 간 인질 중 태국인은 31명이었다. 이 중 8명은 여전히 붙들려 있는 상태다. 풀려난 태국 인질들은 하마스 대원들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질로 끌려가기 전에 사살당한 태국인도 여럿이다. 전쟁 전 태국 노동자 약 3만명이 이스라엘의 농업 부문에 종사했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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