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숙 전북대병원 교수 ‘로봇 이용 미세봉합술’로 여성질환 수술 새 지평
전북 고창에 사는 A(39·여)씨는 전북대병원에서 최대 10㎝ 크기의 다발성 자궁근종과 좌측 난소의 자궁내막증 4단계(중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그는 이 병원에서는 로봇복강경으로 자궁근종 적출술과 좌측 난소 낭종 제거술을 했다.
그 결과 난소 기능의 척도를 나타내는 검사인 항뮬러관 호르몬(AMH) 검사에서 수술 전에는 2.07이었으나 수술 후에는 2.02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이는 수술을 전후한 부작용이 특별히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A씨는 이후 시험관을 진행해 임신 40주에 제왕절개로 분만할 수 있었다.
9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채희숙 교수(산부인과)는 자궁내막종과 같은 난소 낭종을 제거한 후 출혈 부위를 로봇 복강경을 통한 미세봉합술로 지혈하는 방식을 도입해 부작용 등 문제를 해소하고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채 교수는 이 수술을 250건가량 진행됐는데, 그동안 특별한 부작용이 전혀 보고 되지 않았고 수술 후 난소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까지 해소해 자궁내막증 치료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가임기 여성 난소 낭종 수술 방식은 개복이나 복강경, 로봇 복강경을 통해 낭종을 정상 난소 조직으로부터 벗겨내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이때 난소의 낭종을 제거한 뒤 출혈 부위를 지혈하는 방식은 수술 후 정상 난소조직 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낭종 제거 후 지혈하는 방식으로는 통상적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전기소작술로 노출된 혈관을 소작하는 것과 이를 통해 최소한의 혈관만 소작한 후 난소를 피질을 포함해 단순 봉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전기소작술로 노출된 혈관을 소작하는 방식의 경우 복강경을 이용해 난소의 자궁내막종을 제거한 후 전기소작술로 지혈하면 난소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지속해서 감소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는 ‘생식 내분비’ 관련 국제학술지(Fertility and Sterility) 발표 등을 통해 확인된다. 창 시에이치(Zhang CH)는 ‘대만(Taiwan) 산부인과 저널’에 전기소작술이 수술 후 난소 기능 손상 측면에서 다른 방법들에 비해서 가장 큰 것으로 보고했다.
또 전기소작술과 단순 봉합법으로 최소한의 혈관만 소작한 후 피질을 포함한 난소를 단순 봉합하는 방식 역시 전기소작술에 비해 손상은 적지만, 난소를 직접 봉합하는 과정에서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문제가 있다.
삼례에 사는 C(37·여)씨는 자궁근종과 중증의 자궁내막증으로 서울 한 대형 병원에서 개복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심한 통증이 수술 후에도 지속됐고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종이 재발했다. 그의 자궁내막증 병기는 장과 자궁, 양측 난소가 광범위하게 유착된 4단계(중증)에 해당했다. 그는 채 교수가 집도한 로봇복강경 수술 덕분에 심한 생리통이나 골반통까지 사라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수술 후 기능이 호전된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전주에 사는 B(43·여)씨는 최대 7㎝ 크기의 다발성 자궁근종과 양측 자궁내막증 4단계(중증)으로 로봇복강경 수술을 받은 결과 AMH 검사상 수술 전은 1.02였던 것이 수술 후에는 1.85로 되레 기능이 훨씬 좋아졌다. 그는 향후 시험관시술을 시행할 예정이다.
채 교수의 이런 로봇 복강경 수술 방법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학술지 등에 보고되지 않은 획기적인 방법이어서 국내외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채 교수는 그동안 시행한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미세봉합술과 관련한 연구논문을 준비 중인데 올해 상반기 중 완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임상실험 결과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면 국제 의료 전문학회에 논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내 의료계에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초혼 연령이 높아져 가임 능력이 떨어지고 나이에 따라 근종과 자궁내막증 등 생식학적 문제들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 차원의 불임수술 특화 대학 병원 지정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5%씩 증가해 난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방 국립대병원 역량을 서울 ‘상위 5대 병원’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지역 필수의료 중추를 담당하고 지역 환자가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것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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