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이민법 불만에 개각 카드 …보른 총리 사임

박은하 기자 2024. 1. 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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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2기 정부의 중점 과제였던 연금개혁과 이민법 개정을 이끈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62)가 8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보른 총리가 사의를 밝혔고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르몽드 등 현지 매체들은 보른 총리의 사임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각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보른 총리는 국가를 위해 매일 모범을 보여줬다. 정치인의 용기, 헌신, 결단력으로 우리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보른 총리는 2022년 5월 출범한 마크롱 2기 정부의 첫 총리다. 2017~2022년 마크롱 1기 정부에서는 교통부, 환경부, 노동부 장관을 거쳤다. 프랑스의 두 번째 여성 총리이다.

보른 총리의 사임은 연금개혁과 이민법 개정의 후폭풍으로 정부 리더십이 타격을 입고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보른 총리는 연금개혁과 이민법 개정 등 대통령이 요구하는 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에 따른 정치적 위기 역시 선봉에서 겪었다.

연금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연금개혁은 지난해 몇 달간의 전국적인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하원에서 정부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관련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헌법 제49조3항을 내세워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민 문호를 대폭 좁히고 미등록체류를 불법화한 이민법 개정안은 좌우 양쪽에서 비난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 의회 논의 과정에서 극우 정당 요구가 대폭 반영돼 통과됐다. 야당이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며 여러 차례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프랑스가 이주 억제에 실패했다고 보는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프랑스 여당은 오는 6월 유럽 의회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에 8~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평론가들은 개각이 마크롱의 레임덕을 막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보른 총리 후임으로는 가브리엘 아탈 현 교육부 장관(34)이 유력하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아탈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교육부 장관을 맡아 무슬림 전통 복장인 아바야의 교내 착용을 금지하고, 프랑스 학생들의 기초 학력 증진 방안을 마련했다.

이밖에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과 쥘리앵 드노르망디 전 농업장관도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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