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부자가 베트남 휴대폰 공장의 독성 물질 배출을 고발하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오염 물질 방출 문제'를 인용한 미국의 탐사보도 매체 더 익재미네이션(The Examination)의 기사를 번역해 공동 게재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타파와의 국제 협업 취재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 편집자 주
더 익재미네이션(The Examination)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제조업체 중 하나인 삼성의 내부자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는 삼성이 수년 동안 베트남의 대기와 수로에 독성 화학물질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고발자 강 모 씨는 2021년까지 40여 년간 삼성에서 환경안전관리자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에 처음 이 문제를 폭로했다.
뉴스타파는 베트남의 주요 휴대전화 제조 공장 중 한곳에서 발생한 삼성의 환경 오염, 그리고 기업의 책임 회피에 대한 의혹을 5부작 시리즈로 보도했다. 한국 기업인 삼성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외국인 투자자다.
뉴스타파는 삼성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분석해 삼성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가스를 적절한 통제 없이 배출하고 폐수와 오수를 지역에 불법적으로 방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강 씨가 제보한 2012년 내부 문건을 통해 삼성의 공장에서 발생한 143건의 환경·안전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또 다른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공장에서 29개의 화학 제품을 사용했는데 이 중 절반은 인간이나 동물에게 암, 돌연변이, 불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북쪽에 위치한 박닌 지역 공장 인근 주민들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공장의 폐수가 한때 비옥했던 농경지를 훼손했고, 곡물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삼성의 고위 관리자들은 오염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 7년 동안 조치를 주저했다. 이후 삼성은 유해 공정 중 일부를 상대적으로 통제가 적은 베트남의 협력업체에 외주로 돌렸다고, 뉴스타파는 덧붙였다.
2017년 베트남 연구자들과 독성 화학물질 연구 비영리단체인 IPEN이 발표한 별도의 보고서는 이 공장의 노동법 위반과 어지럼증, 유산 등 여성 직원들의 건강 문제를 확인하기도 했다.
삼성과 베트남 정부는 해명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강 씨는 최근 더 익재미네이션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의 답변은 명확성을 위해 일부 편집을 거쳤다.
1. 박닌 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베트남 주민들에게 가장 심각한 위험은 무엇인가요?
주민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휴대폰 케이스를 도색할 때 발생하는 먼지와 유기용제(물질을 용해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유기 화합물)를 처리하는 흡착탑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처리되지 않은 유해 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됩니다.
이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축적되어 인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장 폐수가 불법으로 배출되어 하천을 통해 논밭으로 흘러들어가 농작물에 피해를 줬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베트남 정부에서 이 문제를 조사한 적이 없습니다.
2. 당신이 말한 사건 중 일부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왜 2022년까지 기다렸다가 뉴스타파에 우려를 알리셨나요?
삼성에서 근무하며 환경과 안전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내부의 실책을 신고하는 것이 매우 망설여졌습니다.
저는 부당 해고 등 삼성에서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회사 경영진과 관계자들에게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대표이사에게 개입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3. 삼성이 7년 동안 오염물질의 대기 및 수질 방출을 중단하거나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요. 왜 그렇게 오래 걸렸다고 생각하시나요?
폐수의 경우 뒤늦게나마 처리장을 설치하여 수질 오염 문제를 점차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도장 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 대기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대기오염 방지시설의 용량이 부족해 흡착탑 증설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장 구조상 흡착탑의 용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4. 처음에는 공장의 관리 상급자에게 우려를 제기했고, 나중에 삼성 경영진에게도 연락을 취했습니다. 최고 경영진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2012년 12월 출장 중 관리자와 다른 직원들에게 이 문제를 보고했습니다. 심각한 환경 문제에 대한 개선 피드백은 없었습니다.
환경안전 관리자로서 저는 환경법 위반으로 즉시 개선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외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고, 공장 내 근로자와 공장 밖 주민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5. 당신의 우려에 대한 삼성의 반응은 어땠나요?
당시 삼성의 대표이사는 베트남 공장의 대기 오염 방지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013년 2월, 전문가들이 베트남 현지에 출장 가서 현황을 파악했고 최고경영자에게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 방지 시설이 구조적으로 잘못 설치되어 있어서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은 2012년 초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해 진행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일부는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6. 회사에 위험을 경고하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에 대해 보복을 당한 적이 있나요?
퇴직하기 전에 저는 한국의 국민권익위원회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삼성의 부당 해고와 같은 차별적인 조치에 대해 알렸습니다.
저는 회사 내에서 고립되었고, 많은 동료들이 저와의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7.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안전 관리자가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왜 이들 중 자신이 목격한 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러한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는 부분적으로 자신의 잘못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기업 내부에서 일하면서 건강 또는 환경 위반 사항을 목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내부고발자가 되는 길은 정말 어렵고, 자신을 희생해야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세계와 국가, 국민(노동자 등),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외로운 길이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지구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고, 회사도 더 나은 근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으니까요.
※ 기사 원문 보기 : The Examination, Samsung insider talks blowing the whistle on a polluting cell phone plant in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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