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조상 동아시아로 이주한 까닭은 '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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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10만 년 전 동아시아 대륙으로 이주한 원인은 먹거리를 찾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장맛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대 지질학과 연구진도 같은 기간 동남아프리카 대륙의 기후가 악화돼 인류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며 호모사피엔스의 이주에 기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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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10만 년 전 동아시아 대륙으로 이주한 원인은 먹거리를 찾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장맛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홍 아오 중국과학원 박사 연구팀은 중국 황토고원에서 수 세기에 걸쳐 쌓 퇴적물과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현생인류와 같은 종으로 분류되며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불리는 '호모사피엔스'는 약 15만 년~ 30만 년 전 처음으로 지구상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류학계는 화석, 인공물, DNA 등을 바탕으로 호모사피엔스가 약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고 추정한다. 호모사피엔스의 혈통은 이후 지구 전역으로 흩어져 현생인류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만 년~7만년 전 사이에 동아시아 대륙에 거주했던 호모사피엔스의 흔적은 중국 푸옌 동굴, 라오스 탐파링 동굴 등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6월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등 공동연구팀은 약 8만 6000년~6만 8000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유골 화석을 라오스 북부에서 발굴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에 거주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이유로 동아시아 대륙까지 건너와 터를 잡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장맛비를 자주 몰고와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 상대적으로 습한 기후를 형성했던 계절풍(몬순·monsson)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계절풍은 계절에 따라 방향이 크게 바뀌는 바람이다. 한국에 '혹한'을 불러오는 북서계절풍은 대륙에서 해양으로 공기가 이동하며 시베리아고기압의 찬 공기가 유입되며 생긴다. 반대로 여름엔 해양에서 대륙으로 부는 바람으로 인해 고온다습한 기후가 형성되고 장마가 찾아온다.
2021년 연구팀은 중국 황토 고원의 경사면 부근의 퇴적물을 분석했다. 44미터에 이르는 경사면을 따라 퇴적물을 삽으로 퍼내 2066개 토양 샘플을 채취했다. 샘플 분석 결과 장맛비로 습한 조건이 형성된 토지에서 풍부하게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자성 입자를 검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해당 입자를 통해 지난 28만 년 간 100년~800년을 주기로 계절풍이 미친 토지에 영향을 분석했다.
토양 입자 분석 결과를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과 결합해 연간 강우량, 여름철 기온을 비롯해 다양한 기후 변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호모사피엔스가 동아시아 대륙에 처음 당도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 12만 5000년 전에서 7만년 전 사이 동아시아는 약 27.5도의 기온에 현재보다 더 비가 자주 내리는 다습한 기후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주로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던 호모사피엔스에게 최적의 환경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대 지질학과 연구진도 같은 기간 동남아프리카 대륙의 기후가 악화돼 인류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며 호모사피엔스의 이주에 기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 그루컷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고인류학 연구원은 사이언스에 "만약 아프리카의 기후가 악화됐다해도 고인류가 반드시 아시아를 향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시아에 거주한 고인류의 일부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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