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비트코인 현물 ETF, 가상통화 시장 변곡점 될 것”[2023-2024 기획-경제 릴레이 인터뷰③]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골드만삭스, UBS, 크레디트 스위스, 노무라증권 등에서 근무하며 전통 금융권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주식 법인 영업을 담당했다. 코빗에는 2018년에 합류해 사업개발팀을 거쳐 2021년부터는 코빗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설립한 최초의 가상자산 리서치센터다.
가상자산 시장이 크립토윈터에서 회복하고 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 FTX 사태를 거치며 1만6000달러대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은 현재 5만달러 돌파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랐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하는 가장 큰 이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여부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더 많은 제도권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SEC의 결정 시한인 10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빗 본사에서 만난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200조달러의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에 유입될 수 있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외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종료, 스테이블 코인의 쓰임새 증가 등을 올해 가상자산 시장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정 센터장은 올해 가상자산시장 시가총액이 지난해보다 3배가량 증가할 것이라도 내다봤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뭐길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승인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본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지난해 8월 SEC를 상대로 승소한 사건이 결정적이다.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2021년에 이미 승인했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계속 거절해왔다. 가격조작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하면서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SEC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이겼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그레이스케일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판결 한 달 전에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고, 현재 13개 정도의 현물 ETF 신청서가 SEC에 접수돼 있는 것으로 안다.
SEC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동안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가 접수되면 결정 시한까지 기다렸다가 시한이 되기 직전에 반려했다. 이번에는 결정 시한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뉴스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왜 중요한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생기면 제도권 자금이 기존 규제 틀 안에서 비트코인이라는 신생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 200조 달러의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에 유입될 수 있는 경로를 ETF가 제공하는 셈이다.”
-한국은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미 기관 투자자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국의 기관 투자자도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는 연기금 등 고객 자산을 맡아서 약관에 따라 운용하는데, 대다수가 투자처를 상장 주식 혹은 ETF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법률이 막지 않더라도 사인 간의 계약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가상자산에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약관이 열려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이런 자금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통로가 생길 것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사는 것이 뭐가 다른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수수료가 붙는다. 수수료는 ETF를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에 따라 결정되는데, 블랙록이 낸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에도 0.3%의 수수료를 뗀다는 내용이 있다. 수수료를 고려하면 사실 개인 투자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보다는 그냥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3배 성장 전망”
-코빗 리서치센터는 ‘2024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이 4조5000억달러에서 최대 5조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리라 전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비트코인의 사이클을 봤을 때 불장(Bull Market·강세장)이 오면 전 최고점 대비 적게는 3배 많게는 20배 올랐다. 코로나19때는 비트코인 가격이 3000~40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6만7000달러까지 가서 20배 올랐다. 과거 강세장 사이클의 경우에 비춰서 보수적으로 범위를 잡아본 것이다.
올해 전체 시가총액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를 꼽자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정책 종료 또는 완화, 스테이블 코인의 쓰임새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 요인은 뭔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발해 미 연준이 다시 통화 긴축 정책으로 돌아선다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대선도 변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당선되면 같은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의 반크립토 정책이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슈는 올해 여름부터 시장이 신경 쓰기 시작할 것 같다. 선거는 11월이고 아직은 각 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해다. 7월부터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다. 더 필요한 규제는 뭐가 있을까?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펌핑&덤핑(대량 매수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고점에서 매도) 같은 이상한 관행들이 자리 잡았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는 이런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주로 하는데 합리적인 규제가 생기면 가상자산 투자 대중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단계에서는 거래지원(상장) 종목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같은 거래소에서는 2단계가 더 중요할 것 같다.
또 가상자산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장의 참여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는 그렇게 높지 않고 스캠(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다. 가상자산이나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하면 이런 것들이 방지되고, 시장의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상자산 가상자산 투자를 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소액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 대박 코인 등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계속 자기 페이스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상자산은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자산은 아니다. 출렁이면서 올라가는데,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적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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