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 라이프] 평범한 월급쟁이의 기막힌 '두 집 살림'
지난번엔 제 이름으로 산 첫 차 대우 '레조'를 구매한 얘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이번엔 두 번째 차인 렉서스 IS250을 구매해서 몰았던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사실 평범한 직장인이 차 두 대를 굴린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추가로 구매하는 차가 수입차라면 말이죠. 제가 IS250을 산 2006년에는 수입차가 나름 귀했답니다.
IS250을 구매한 건 당시 제가 일하던 월간 '모터트렌드'의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모터트렌드는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로, 본지 편집장은 '북미 올해의 차' 선정위원일 뿐 아니라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 선정위원이기도 하지요. 그만큼 매체의 권위가 있었죠.
그 권위에 맞는 한국판의 기획을 하던 중 '당신이 수입차를 산다면'이라는 기사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30대가 수입차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던 때였는데요, 당시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수입차는 BMW 320, 폭스바겐 골프 그리고 렉서스 IS250이었습니다.
편집부에 있는 다섯 명의 기자가 이 차들을 번갈아 몰아보고 항목별로 채점한 후 최종적으로 가장 우수한 차를 고르는 방식이었는데, 이때 최고로 꼽힌 차가 바로 IS250이었죠. 그렇게 이 차에 쏙 빠져들었는데, 같이 시승한 후배들이 옆에서 차를 바꾸라고 계속 부추기는 겁니다.
“그 차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타면 폼도 나겠는데요”라며 진지하게 설득하는 후배가 있는가 하면, “선배, 차 언제 바꿀 건데요. 관심 있다면서요, 그럼 질러야죠”라고 강요하는 후배도 있었죠.
그래, 지르는 거야 좋지. 그걸 누가 모르겠나. 근데 내가 사려는 차는 국산 고급차를 사고도 소형차를 한 대 더 살 수 있는 값이었습니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게 내 나이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그 차를 언제 타보겠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요.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인생 뭐 있어, 지르는 거야.'
한번 무너진 신조는 봄눈 녹듯이 사라지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만들었어요. 애당초 한 가지 모델에 푹 빠진 탓에 고민할 것도 없었고. 깎아주지 않기로 소문난 렉서스를 찾아가 계약서에 일시금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일시금이어도 차 한 대 가격 정도 금액은 신용카드를 못 쓰게 하는 곳이 많았는데, 렉서스는 그게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푸짐한 사은품을 받은 덕에 기분 좋게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6년 12월 29일, 드디어 수입 스포츠 세단과 국산 LPG 미니밴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IS250은 당시 30~40대에게 정말 인기 있는 차였습니다. 경쟁차인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에 없는 터치식 도어 잠금장치나 열선&통풍 시트, 뒤 유리창 전동식 선블라인드 등의 풍부한 편의장치도 돋보였지요.
연비도 훌륭합니다. IS250의 인증 연비는 11.4㎞/ℓ인데, 기름을 넣을 때마다 트립미터의 연비와 풀 투 풀(full to full, 기름 가득 넣고 다시 가득 넣어서 주유량 체크) 방식으로 알아보니 평균 8~9㎞/ℓ 정도 나옵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오래 하면 리터당 14~15㎞/ℓ 정도가 나오지요.
든든한 보증수리 제도로 돈도 많이 절약했습니다. 구매할 때 받은 '더블 서비스 쿠폰'으로 4년/8만㎞까지 엔진 오일과 브레이크 패드 등을 무상으로 받았고, 기본 보증기간인 4년/10만㎞에 보증 서비스를 추가해 총 6년/12만㎞까지 무상 수리를 받은 거죠.
문제는 두 차를 골고루 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어요. 아무래도 새 차에 더 눈이 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하루아침에 세컨드카가 된 레조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생명이 없는 자동차라도 늘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레조 눈치(?)를 보느라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차 키를 두 개 모두 갖고 나갔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서서 두 차를 번갈아 본 후 마음이 가는 차를 타고 나가는 거죠.
이제는 두 차의 역할을 확실하게 나눴습니다. 동네 마트나 병원처럼 가까운 곳에 갈 때는 레조를, 장거리 운행 때는 IS250을 타는 식으로 말이죠.
차가 두 대여서 좋은 점은 확실히 덜 질린다는 겁니다. 아무리 새 차라도 계속 타면 언젠가는 질리기 마련인데요, 저는 한 대가 질릴 때쯤 다른 차로 갈아타기 때문에 덜 지루해요. 또,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때는 LPG차를 주로 이용하고 LPG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차로 갈아타는 것도 가능합니다. 차가 여러 대라면 유종을 달리해서 보유하는 게 좋습니다.
유지비는 크게 부담되지 않습니다. 두 차 모두 중고차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에 1년에 내는 자동차세는 60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자동차 보험료는 두 대 합쳐서 50만원 정도 나옵니다. 오랜 기간 무사고로 운행했고, 시세가 높지 않은 덕분이죠.
IS250을 굴린 지 벌써 만 16년이 되어갑니다. 예상보다 차를 굴리는 데 큰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잔고장이 없어 만족합니다.
현재 IS250의 주행거리는 12만9000㎞ 정도입니다. 한 때 차 세 대를 굴렸고, 시승차도 가끔 타서 연식에 비해서 주행거리가 길지 않죠. 10만㎞ 조금 넘겼을 때는 앞뒤 쇼크업소버와 점화 코일, 미션 오일, 엔진 오일 등을 싹 교체했습니다. 덕분에 새 차 같은 컨디션이 되었어요. 또, 약 2년 전쯤에는 요즘 유행하는 일명 '공구리 컬러(시멘트색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별칭)'로 전체 래핑을 해서 더욱 새 차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에 어울리게 휠 도색도 마쳤고요.
요즘에는 렉서스 홍보담당자가 “언제 차 바꿀 거냐”고 볼 때마다 물어봅니다. 제가 분명히 “관에 들어갈 때 갖고 갈 거다”라고 말했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오래 타는 게 흔치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신형 IS가 수입된다면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렉서스코리아가 들여올 계획이 없다고 하네요.
어쨌든 저의 두 집 살림살이는 한동안 계속될 겁니다. 다음에는 저의 세 번째 애마였던 BMW 728i를 영입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전자신문인터넷 임의택 기자 ferrari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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