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이 부른 명동 버스 대란[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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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그만큼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해당 버스가 정류장에 서 있는 동안 다른 버스들은 승하차를 하지 못한 채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서울역에서 명동까지 '버스 열차'가 만들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복잡하다고? 그럼 표지판을 세우자'는 탁상행정식의 의사결정은 오히려 '버스 대란'이라는 참사를 부르게 됐고 시민들의 불편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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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혼란은 아직 진행형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저녁이 있는 삶. 한 정치인이 꺼냈던 이 화두는 당시 많은 국민의 성원을 받았다. 그만큼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 경기도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약 1만 직장인의 저녁 있는 삶이 사라져버렸다.
명동 버스정류장에서 펼쳐진 이른바 ‘명동 버스 대란’ 이야기다. 지난 연말부터 서울시가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장에 ‘줄서기 표지판’을 설치해 운영했는데,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직장인들이 많게는 몇시간씩 퇴근길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만큼 이들의 퇴근 후 여유시간이 사라진 셈이다.
혼란의 시작은 서울시의 정책이었다. 서울시는 정류장이 복잡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노선번호 표지판을 세웠고 그 앞에서만 승하차가 이뤄지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버스가 정류장에 서 있는 동안 다른 버스들은 승하차를 하지 못한 채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서울역에서 명동까지 ‘버스 열차’가 만들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만약 이 같은 정책이 교통흐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복잡하다고? 그럼 표지판을 세우자’는 탁상행정식의 의사결정은 오히려 ‘버스 대란’이라는 참사를 부르게 됐고 시민들의 불편은 더 커졌다.
이후 대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논란이 불거진 후 서울시는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했는데 사과는 담겨 있지 않았고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와 협의를 했으나 잘 이뤄지지 않아 표지판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변명에 가까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뒤늦게 “좀 더 신중하게 일을 해야 했는데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오락가락 행정에 혼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직장인들은 저녁을 빼앗기고 있다. 탁상행정이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안 하느니만 못 한 거 아니냐”는 시민들의 날 선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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