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일차’ 김은희 “이 자리에 선 것은 미투 운동에 따른 국민 분노 때문”
허은아 의원 탈당 따라 비례대표직 승계
국회에 9일 처음 입성한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33)은 “왜 몇 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며 “제 의원직 승계가 지난 미투 운동이 촉발한 사회적 분노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허은아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탈당)에 따라 이날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가 어떻게 국회의원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는지, 왜 이 자리에 서려고 하는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발언 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저는 2019년 체육계 미투 이후 2020년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청년 인재 1호로 영입돼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23번을 부여받았다”며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체육계 미투뿐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분출된 미투 운동에 따른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동료 시민으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프다고 살고 싶다고 소리쳤고 국민 여러분께서는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고 함께 분노해 주셨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저는 저에게 묻는다. 왜 몇 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지를, 그리고 지난 5년 전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묻는다)”며 “일부 가해자의 처벌 이외에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됐는지,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존중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있었는지를 묻는다”고 했다. 또 “여기 계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계신가”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제 국회의원직 승계가 그래도 잠시나마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함께 분노한 적이 있음을, 우리의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은 적이 있음을,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들께서 기억하시고 지속적으로 소리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국가와 국민 여러분들께 요구한다. 우리들의 요구에 익숙해지지 말 것을 요구한다. 불편함을 느끼고 외람되지만 죄책감을 느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김 의원은 2018년 초등학생 시절 코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졌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청년 인재로 영입됐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을 배정받았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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